안녕 나의 아침아?

아침 산책 보고서

by 나비

안녕? 나의 아침아?

바람에 일렁이는 풀들의 노랫소리는 아름답고 고운 새들은 나를 위해 노래를 부르며

온 세상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

빛나는 하루의 시작을 숲과 함께 했다. 숲은 나에게 삶의 에너지를 준다.


좁은 길을 갈 때는 나란히 줄을 맞춰서 앞사람의 발치에 시선을 두고 걸어간다. 뒤따라 가는 편인 나는 앞사람의 뒷모습도 보고 앞사람 몰래 바닥의 돌멩이도 흥미롭게 바라보며. 나무뿌리를 밟지 않으려는 재미있는 놀이도 한다. 주변의 풍경을 더 자세히 본다.


조금 넓은 길은 둘이 나란히 걷는다. 둘의 길에는 일상의 대화가 이어진다. 함께 걷는 길에는 앞사람의 발치는 보이지는 않고 옆사람의 마음이 보인다. 나는 어느새 친구의 마음속으로 들어갔다거나. 친구의 아이 마음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어릴 쩍 친구를 소환하기도 하는 등 내 이야기와 친구의 이야기가 뒤섞여 재미있는 수다가 된다.


산책은 일단 나오기 직전이 가장 힘들다.

'오늘은 가기 싫다. 힘들어서 쉬고 싶다. 어젯밤에 늦게 자서 좀 더 자야 하나'

수많은 고민을 한다. 핸드폰으로 오늘은 별일 없는지 뉴스부터 확인한 후 결심을 하고 일어선다.

말끔히 이불을 개고 고양이 세수를 한다. 야옹.


운동화를 일단 신는다. 등산화를 신을까? 그냥 편한 운동화를 신을까?

고민도 한다. 결국에는 편한 운동화로 신었다.

몸도 가볍고 마음도 가볍다. 운동화에 날개라도 달렸는지 날아갈 것 같았다.

신발의 날개를 활짝 펴서 빛이 쏟아지는 아침의 향기로운 대기 속으로 들어갔다.

바람에 비가 묻어 있다. 새벽에 비가 왔나 보다. 안개가 껴 있고 습도가 높지만 좋다.

아침 산책길에 만난 길들.

내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내 앞에 펼쳐져 있다.

걸어온 길은 과거가 되었고 미래를 향해 나는 그 길을 힘을 내서 밀고 앞으로 나아간다. 공기를 가르고 바람을 맞으며 걷는 길 위에는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펼쳐져 있다.

흥분된다. 나는 현재의 사람이기도 하고 과거에서 온 사람이기도 하며 미래로 갈 사람이다.

시간을 넘나 드는 타임슬립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탐 크루즈는 아니어도 우리는 분명 시간을 넘나 든다.


많은 내담자가 과거로의 퇴행을 경험한다. 과거에 잘못된 행동이나 트라우마로 인한 고착이 과거로의 퇴행을 가져온다. 또한 동생이 생기면 이미 태어난 아이들이 퇴행을 한다. 퇴행은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무의식의 방어기제이다. 내가 살기 위해 작동하는 여러 가지 방어기제 중 하나이다.

큰아이를 낳고 바로 연년생 둘째가 생기는 바람에 큰 아이가 꽤 오랫동안 불리불안을 겪었다. 엄마와 떨어지면 너무 많이 울었고 한동안 소심하고 짜증도 많았다. 자라면서 많이 좋아졌지만 동생 때문에 일시적으로 퇴행을 겪었고 불안을 경험했었다. 치매 걸린 분들의 머릿속도 과거에 갇혀 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에게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한 공간 안에 머물기도 한다.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은 분명 희망이다. 만약 나의 생명이 몇 시간 후면 끝이 난다면 미래는 없는 것이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감사하지만 나는 요 며칠 불평과 불만의 한숨의 시간들을 보냈다. 나이가 점점 먹어오는 데도 변변한 집 한 채도 없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아무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데 나 자신만 나를 힘들게 한 것이다.

부끄럽다는 말은 나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낸 말이다. 아무도 나를 부끄럽게 여기면 안 된다. 나 자신조차도.

만약 타인이 나에게 부끄럽게 하는 행동을 하거나 부끄러운 말을 했을 때 과감히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나는 이제부터 나를 절대로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걷는 속도가 다르듯이 인생의 속도도 다르다는 것을 걷기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빨리 걷는 친구의 속도에 맞추기도 하지만 친구에게 천천히 가라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내가 힘들다고.

나 자신을 내가 지켜줘야 한다.

나는 열심히 살았다. 아이를 키웠고 가족들을 돌봤으며 공부하고 일도 하고 수많은 일들을 감당하였다. 현재 보이는 것이 없다고 나 자신을 너무 자책했던 것이다.


생텍쥐베리의 <야간비행>에서

" 인생의 해결책이란 없어. 앞으로 나아가는 힘뿐. 그 힘을 만들어내면 해결책은 뒤따라 오네"라는 말에 위안을 받는다.

현재 집 문제로 골치가 아프지만 현재의 삶을 계속 살아간다면 해결책은 반드시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할 믿음이 더 중요하다. 조금 더 인내를 가지고 현재를 살아갈 이유가 생겼다.


내가 걷는 이 길은 두려움이 될 수도 있고 가능성의 씨앗이 되는 길일 수도 있다. 낙담을 하기도 했고 절망의 끝에서 눈물로 시간을 보낸 적도 많다.

가장 중요한 일은

힘들면 잠시 멈추는 것.

향기로운 꽃들과 인사도 나누고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붉어진 나의 얼굴도 식혀야 하며 땀도 닦아야 한다. 멈추는 것은 도태가 아니라 더 열심히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를 만드는 일이다.

시원한 초록이 빛나는 숲 속에서 나는 요정이 되기도 하고, 꿈을 꾸기도 한다. 꼬리가 노랗고 깃털이 찬란한 새가 되어 날기도 하며 단풍잎보다 더 붉어진 내 마음을 부여잡고 앞으로 빛나게 펼쳐질 나의 미래를 꿈꾼다.
안녕?다가올 미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