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젊지 않아. 나는 겨울이 태어났지. 두꺼운 나무 껍질을 뚫고 간신히 태어났어. 조금 자라 여리고 여린 잎사귀 사이로 봄이 찾아왔고 싱싱한 비와 해님 덕에 진한 초록의 5월이 지나 여름이 깊어지는 8월이 오니 이전에도 경험하지 못한 새 옷으로 물이 들어가더니 나날이 가벼워졌어. 가벼워진 몸을 간신히 나무 사이에서 버티고 있었는데 바람이 휙 불었어. 나의 줄기가 아이들 흔들리는 이처럼 쏙 빠져버렸지. 바람을 타고 한참을 날아서 이리로 떨어졌어"
"와, 너의 여정이 사계절을 다 지나왔네. 겨울에 나무 어미 줄기속에서 잉태되어 따뜻하고 향긋한 봄을 지나 뜨거운 태양의 여름이 지나 몸의 수분이 빠지고 가벼워지는 가을의 초입에 너를 만나게 되었네."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 같아?"
"모르겠어, 이대로 있으면 과자처럼 바싹해져 땅속에 묻히겠지?
너의 손에 나를 데려가 줄래?
나의 손에 따라온 나뭇잎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잊었다.
자연 속에서는 자연의 일부라고 느껴졌지만 인간 세상으로 나오면 별 볼일 없이 곧 마르게 될 낙엽이 되어 어딘가에 있다.
아무도 쳐다보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한쪽 구석에 쪼그러졌다가 빗자루에 쓸려 어디론가 한 무더기의 낙엽이 되어 썩을 것이다.
데려가달라고 했을 때 여기가 네가 있을 곳이라고 얘기해야 한다.다음에는 숲에 있는 것은 가져오지 않아야겠다. 도토리도, 밤도. 작고 귀여운 꽃들도, 풀들도 숲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이곳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별 볼일 없는 것이 된다.
의미 없는 삶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삶이다.
하지만 아무도 인정하지 않아도 나 자신이 의미를 부여하면 되지 않을까? 수많은 계절들을 만나 언젠가는 낙엽처럼 땅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때라도 땅을 데우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