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 앞에는 익어서 내 주먹 만해진 무화과와 포도가 진한 향을 내뿜으며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단감나무의 초록이 더 진해졌으며 연둣빛 연하디 연했던 가시가 날카롭고 더 뾰족해진 밤도 익어가고 있다. 벼도 태풍으로 쓰러졌지만 알곡이 제법 달려 조금만 힘을 내주면 우리의 양식이 될 터이다.
푸르고 푸른 향이 진하던 여름의 끝을 향해가고 있지만 제대로 누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입에 넣으면 차갑고 뱉어버리면 너무나 뜨거운 여름살이의 끝을 잡고 싶은 마음으로 바닷가라도 계곡이라도 가야 하는지 망설이지는 날이다. 가서 온몸은 아니더라도 발끝이나 손끝이라도 적시고 와야 덜 아쉬울 것 같다.
여름이면 방학, 방학이면 휴가를 가거나 언니네를 간다거나 동생이랑 여기저기 기웃대며 그런 특별한 여름날이었다면 올해는 나 혼자서 아니면 친구랑 마스크 쓰고 골목을 누비거나 앞 호수를 기웃거리거나 할 일 없이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그냥 만나서 시시덕거리는 일상이었다. 엉덩이 무겁게 오래 못 버티는 나를 의자에 오래 앉아있게 만들었고 만남을 일부러 정해서 만나기도 하는 잠잠하고 고요하지 못한 나를 혼자서도 잘 있는 나로 만들었다.
날마다 새로워진다는 성경의 말처럼 날마다 새로워진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평생을 가지고 있던 습관이나 스스로가 세운 기준들에서 변화를 잘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위기가 기회인가 보다. 위기를 통해 모든 것이 바뀌니까. 내가 하도 안 바뀌니까 어려움을 줘서라도 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닐까?
그 기회중 하나는 아이 키우기다. 엄마가 성숙하지 않으면 아이가 힘들고 비로소 엄마는 아이 덕에 변한다는 시나리오.
결국 내가 위기를 만들고 내가 변화를 만든다. 하지만 그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변화를 거부할 경우도 많다. 그러면 더 큰 위기는 또 온다. 반복적으로. 바닥끝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 작은 위기가 왔을 때 먼저 알아차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모두 예민져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았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
엄청나게 큰 위기가 왔다는 것은 큰 변화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 인간 사회가 변했다. 통째로 변하고 있다.
불안이 더 커지는 사회. 불안이 있다는 것은 안전함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 불안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예전에는 불안하면 쇼핑을 하거나 여행을 가거나 (전 국민의 반 이상은 해외를 한 번 이상을 갔음), 맛있는 것을 찾으러 다니는 맛집 투어 등이 있었지만 이제는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기존에 했던 것들이 아니라 뭔가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 불안을 잡는 마케팅. 해결책을 줄 수 있는 것들. 안전함.
사람의 마음의 불안함과 스트레스를 해결해 주는 사업 아이템들이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 변화의 시기에 필요할 것 같다.
교육도 많이 변할 것이다. 진짜로 학습만화처럼 ㅇㅇ에서 살아남기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아이들이 강해져야 한다. 불안하고 힘든 현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자아 탄력성, 자아존중감 등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다. 당장 학습지나 학원을 보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기보다는 아이를 다독이고 아이의 정서를 보살펴서 아이가 마음이 단단해져야 한다.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불안의 시대에 잘 적응하고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실력보다 정서가 더 중요한 시대이다. 정서가 중요하지 않은 시기는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서보다는 실력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기존의 성과 위주로 살았던 사람들 덕에 소비가 각광을 받은 것이다. 이제는 성과가 아니라 성장이다. 개인의 성장. 타인과 수많은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존중하고 스스로를 잘 이해하여 자신을 잘 데리고 가야 한다. 미래 사회는 개인이 중심이 될 것이므로.
소비보다는 개인의 팬덤과 개인의 취향이 훨씬 각광을 받는 사회로 변할 것 같다.
변화는 급 물결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 변화에 무력감을 갖지 않으려면 내 삶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하며 나 자신을 더 많이 보살펴줘야 한다. 글쓰기는 나를 봐주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글쓰기나 그림이나 예술활동 등을 통해 스스로의 억압된 불안의 기제들이 승화될 수 있도록 하거나 불안으로 잠 못 드는 밤이 많아진다면 전문가의 도움도 때론 필요하다. 자연을 자주 찾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피하지 말고 당당히 맞아보자.
성공보다는 성장과 나눔. 소비보다는 스트리밍 라이프와 개인의 취향 존중으로.
바람이 선선한 새벽. 자연은 멈추지 않고 날마다 변하듯이 우리도 날마다 새로워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