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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Oct 16. 2020

친구가 자랑스러운 소양

풀뿌리 교육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

중학교 친구 금미를 만나러 가는 길은

가을이 한창이었다.

길들마다 완전하게 물이 들지는 않았지만

붉으락 푸르락, 노르스름하고 푸르게,  짙은 갈색과 노랑빛으로

플라타너스와 단풍나무와 갈참나무와 이미 떨어진 잎들 사이로 외롭게 서 있는 벚나무이며

그 길 사이를 마구 달려서 도착한 곳은 완주.


애향의 도시 전주 바로 옆동네로 전주보다 알만한 사람은 알 정도로 명소가 많다.

한때 전주시에서는 전주를 넓게 감싸고 있는 완주를 통합하여 직할시를 꿈꿨지만

완주의 반대로 무산되었는데 전주에서는 그 꿈을 버리지 않았을 것 같다.

만약에 계속 큰 지역으로 마구 통합을 하게 되면 지역의 고유성은 사라지고

서울과 똑같은 복제 도시가 마구 마구 생기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별로이다.


내가 아는 완주는 대둔산이 있는 고산과 모악산이 있는 구이, 송광사가 유명한

소양 정도인데 모두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순두부가 유명한 화심도 있다.

소양에 있는 오성 한옥마을은 얼마 전에 BTS가 뮤비를 찍은 곳이며 나에게 완주의 또 다른 명소로 알게 해 주었다.

 

자랑거리가 많은 소양에서 친구는 마을학교 돌봄 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닌 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주체로써 일하고 있는 것이다.

완주는 현재 많은 풀뿌리 교육을 실현시키고 있으며

수많은 협동조합이 성격마다, 하고 싶은 일, 원하고 바라는 일들로 이뤄내고 있었다.


작은 시골마을. 얼마 전에 편의점이 생겼고

브랜드 치킨집이 생긴 지 이틀 된 동네.

집이 너무 멀어서 한 시간. 아니 두 시간에 한 번인 버스.

그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아이들은 마을 학교가 없을 때에는

추울 때에는 365일 은행 현금 입출금기 안에 , 몇몇은 슈퍼 앞에 쪼그리고 아 있었다고 한다.

동네 엄마들이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해 간식을 챙겨주면서

돌봄의 시작점이라고 했다.


공공 도서관 한쪽 부엌도 없는 작은 방에서

주방이 없어서 화장실에서 설거지를 했던 기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말에서

열악한 환경 안에서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지금 이 자리까지 있다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가장 큰 어려운 지점은 어른들이 아이들의 시설을 허용하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무슨 공간이 필요해. 학교만 있으면 되지" 라며 어른들을 위한 시설이 더 필요할지언정 아이들의 시설에서는 매우 회의적이라고 했다.


현대 사회는 기득권들의 배려나 소통이 부재하며 나 한 사람 챙겨서 살기도 힘든 세상이다.

하지만 낮은 곳에서 편견과 싸우며 환경 탓하지 않고 돌볼 아이들을 우선 생각하는 마음


바로 그 지점.

마음이다. 마을학교 돌봄은 아이를 사랑하고

내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라는 성경말씀은

바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 내 이웃이 힘들고 아파할 때 적절하게 그 필요를 채워주는 일이다.


완주가 아무리 BTS가 다녀가서 명소가 되었다지만

그보다 풀뿌리 교육 중심에 있는 친구가 더  자랑스러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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