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함과 팽팽함 사이의 재미
낚시 인생.재미인생
주말.
날이 화창하고 맑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이기도 하다.
아니면 다 귀찮으면 집에서 뒹굴거려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날이 좋아 분명 내 발가락 어디쯤이 많이 가려울 것 같다.
'주인님은 왜 쓸모도 없는 나를 지 몸에 왜 붙여 놓은 거지?'
나는 언제나 쓸모 있기를 원하는 발을 깨워 나를 일으켜 세운다.
온 중심을 두 다리에 모아 땅과 하늘 중간쯤에 세운다.
몸을 일으켜 오랜만에 나들이를 준비를 했다.
사춘기 아들은 이제는 목적 없이 자신을 부르는 것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납득이 될 만한 신박함이 필요했다.
지 또래들이 흔히 할 수 있는 것 말고, 또한 집에서 멀리 가는 것 빼고
사춘기 아들은 지 방 책상 밑에 떡이라도 단단히 붙여놓았는지
아니면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조금만 멀리 가려고 하면 얼굴에 식은땀이 흐르고 안절부절못해지며 급기야는 소리를 지른다.
"나 돌아갈 래!"라고.
그러니 가까운 곳. 무슨 일(대부분 게임과 친구에 관련된 것. 친구가 게임에서 부르는 일 따위)이
생기면 10분 안에 달려갈 수 있는 곳. 그러면서도 나름 재미있는 곳.
낚시. 몇 년 전에 한번 가고 싶다는 말이 마침 기억이 났다.
가족은 사춘기 아들도 만족하는 가까운 선유도에 낚시를 하기로 결정했다.
선유도를 한 바퀴 도는 데 차도 많고 관광객들도 많았으며 그와 더불어 낚시꾼들도
돌 위에, 방파 제위에, 갯바위 위에
심지어 높은 다리 위에서도
마치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사람들이 붙어 있었다.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이렇게 많은 분들이 낚시 애호가였는지 알 수가 없다.
두두두두. 작은 낚싯배가 나가는 데 거기에도 수십 명의 어른들이 케리어 대신 긴 낚시가방과 배낭을 메고
수평선 너머 내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우리 가족도 따개비처럼 어디엔가 붙어 검정 비닐 가득 들어있는 찌를 투 쩍 해야 한다.
남편은 섬을 한 바퀴 돌고서 "여기는 자리가 없다"
자리는 넘쳐난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자리가 없다는 뜻으로 알기로 했다.
결국은 선유도가 아닌 그 옆에 있는 야미도라는 섬.
야미도는 오래전에 육지가 되어서 더 이상 섬은 아니다.
드디어 방파제 위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가짜 미끼를 꽂아서 약간 무거운 추도 달아 뒤로 한껏 젖힌 후' 풍덩'
팽팽하게 당겨졌다.
이제는 기다리는 시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기다려야 하는 시간,
잠깐 찰나에 뭔가 잡힌 듯. 우리는 온갖 상상을 다했다."잡으면 어떻게 처리하지?"부터 "너무 큰 물고기 인가?"까지 기대가 부풀어 오르고 희망이 가득 찼다.
하지만 돌 사이에 낀 것이다. 단단히 끼여 좀처럼 빼지지 않는다.
꼭 내 인생 같기도 하다. 줄이 팽팽해지고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오를 때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세상 다 가진 것 같다가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바위에 단단하게 끼여버린 낚싯줄 같다.
바닷물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푸르고 차가운 물에 빠지면 어떤 느낌일까?''추울까?'
잡념이 드는 순간 새우깡을 좋아하는 갈매기가 지나간다.
나는 새우깡 타령을 하고 있을 때 딸은" 똥 싸면 죽는다"라며 광장 위에 우격다짐하는 투사처럼 소리를 지른다.
사춘기 아들은 낚시를 하러 왔는지 먹으러 왔는지 찌만 바다에 넣고 입은 쉬지 않고 오물거린다.
결국
2시간 동안 단 한 마리도.
눈으로 지나가는 물고기는 많이 봤지만 생생한 후기가 필요한 생물을 단 한 마리도 낚지 못했다.
하지만 멋졌다. 폼만은. 그 열정만은. 금방이라도 잡을 것 같은 설레발의 마음도 다 멋지다.
큰 아들은 재미있었단다.
무엇이? 나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뭔가를 잡으러 온 것인데 한 마리도 못 잡았으면 재미가 없고 다시는 오지 않겠노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재미있었고 또 오고 싶다고 평소에 말도 잘하지 않는 아들이 여러 번 말을 한다.
그러면 필시 정말 재미있었다는 뜻이다.
재미있다는 건. 소정의 목적을 달성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것.
그 과정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
입질이 오지 않는 지루함과 끝도 없는 기다림이
재미라는 것을 준다는 건.
팽팽했던 내 마음의 긴장이 풀리고 기다림이 설렘으로 바뀌는 것.
놀라운 건 그 마음도 우리에게 재미라는 감정을 만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