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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Oct 29. 2020

그렇다. 나는 화를 내는 인간이다.

나의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의 이야기

한 중학교 상담시간.

"선생님은 화를 안 내세요?"

"선생님이 화를 안 낼 것 같아?" "네"

"아니. 오늘 아침에도 화가 났는걸. 가끔 화를 내"

아이는 왠지 모를 미소를 지었다. 아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

속으로 '선생님도 연약한 인간이구나. 나만 화를 내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감정의 부담을 덜게 된다. 그 감정때문에 실수해도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주변에 화를 내는 어른들과의 비교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면 이해의 폭이 어질 수 있다.


그렇다. 나는 화를 내는 인간이다.


아이는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열 받고 왔는지를.

내가 화를 버럭 내고 왔는지를 어떻게 알았을까? 지금도 의문이다.

사실. 아이들이 흐트러져도 나는 잘 화를 내지 않는다.

아무리 잘못을 해도 훈계나 충고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 말고도 할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런 나를 잘못했다고 훈계를 했다.

상대방은 화가 안 풀렸는지 전화로 계속 화를 내고 있다.

흡사 전화기를 뚫고 나올 기세였다.

나는 잠시 눈도 감았고, 잠시 전화기를 귀에서 떼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대꾸를 안 하자 "뚝"

이번에는 전화 문자.

카톡으로 장장 열몇 개의 쪽지가 와 있었다.

구구절절, 조목조목 과거의 내가 잘못하고 실수한 것 까지 전부 보고서 마냥 작성되었다.

모두 맞다. 다 내가 잘못한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한마디 했다.

"알아들었으니 그만 좀 하세요. 어린 아이도 아닌데 너무 하시네요."라고 화를 냈다.

그리고 한마디. "전에 저와 똑같이 실수하셨잖아요. 그것도 여러 번"

하지만 괜히 얘기했다. 얘기할까말까 고민하면 안하는게 좋다는걸 알고 있었는데 순간 잊었나보다.

거센 후폭풍이 몰아쳤다.

"뭐라고? 내가 언제. 나는 실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자기가 잘 못 알고 있어.

나는 이유 없이 실수한 적이 없다니까!"

내가 잘못  것이 아니라 당신이 잘못 기억하는 것인데 아니라고 우긴다.

그리고 그런 논리라면 나도 이유가 있었다.

헐. 그냥 말하지 말걸 더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본전도 못 찾을 판이다.

화가 날때 이성과 논리적 반박의 디테일은 잠시 잊어야한다.  일이 더 커질 수 있으므로.


그 감정.

정말 나의 실수가 오롯이 화를 낼 이유일까?

우리는 화가 나면 현재의 일만이 아닌 과거의 해결되지 않은 감정까지 끌어 화를 풀어낸다.

그 누군가에게. 그 누구는 바로 자주 만나는 회사 동료.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가족. 그리고 아이들.

이유는 있다. 그건 바로 잘못.

상대방이 잘못을 한 것이다.

아니 잘못을 해줘야 한다.

잘못을 해야 내 마음속에 억눌려 있던 내 감정을 모두 다 꺼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나 스스로가 인지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잘잘못을 묻기전에, 따지기 전에 화가 나면

어디서부터 풀리지 않은 감정이 있는지 바라봐야 한다.

그것을 알면 화내는 마음이 줄어들고

현재의 감정으로만 화를 내 훨씬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


화를 내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감정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잘못이지만
나 스스로 나를 힘들게 하는 그 감정을 알아주고 인정해줘야 한다.
그 몫은 오롯이 나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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