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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Oct 24. 2020

산넘어 남쪽에는 36.5도의 골든타임이 있다.

사춘기 아들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극

가을밤. 날이 갑자기 쌀쌀해졌다.

저녁에 길을 나서는데 옷깃을 자연스럽게 여몄다.


오늘은 사춘기 아들의 연극제 하는 날.

코로나 때문에 인원도 한 가족에 세명과 철저한 방역과 안전수칙 하에 실시하였다.


연극은 총 3편 장장 3시간이 걸렸다.

1학년 1.2.3반의 작품.

시나리오도 직접 썼고 배경,무대디자인, 조명과 영상, 음향도 직접 했다.

연기지도와 메이크업 정도만 전문가의 손길을 받았다.


첫 번째 작품은 <산 넘어 남쪽에는>

탈북자 가족의 여정과 한국에서 살아가기를 유머와 삶과 사랑과 아픔을 적당히 담았다.

배경은 학교로 탈북자 아이를 학교에서 왕따를 했는데

어쩌고 저쩌고 해피엔딩이다.

아이들이 탈북자를 수용하고 이해하는 대목에서 좋았고

왕따를 했던 아이들도 사실은 탈북자였다는 반전이 재미있었다.

변성기의 남학생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고

조금 길었지만 아이들의 노력했고 수많은 시간들을 녹여서 당당한 모습이 멋있었다.


두 번째 작품은 <36.5>

말의 온도를 명절날 가족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권위적인 할아버지와 얄미운 가족들의 일상생활의 이야기를 유머와 해학으로 잘 버무렸으며

특히 가족에서 약자로 있던 아이가 당당하게 가족을 향해

내뱉어 버리는 장면에서 마음 한 구석이 통쾌하였다.

아이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가족 내의 불합리하고 불평들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묘하게 동질감을 얻을 수 있었다.

유쾌한 부분들이 많아 재미있었다.

나와 가족, 내가 남편과 아이들을 대할 때의 말의 온도를 생각하니 많이 부끄러웠다.


마지막 작품은 <골든타임>

사춘기 아들이 여장을 해서 화제가 된 작품

학교 내의 왕따로 두 친구가 세상을 떠나고 학교에 이상한 일이 생기는 이야기.

처음에는 조금 지루하고 뭐지? 하며 갸우뚱했는데

중반부에 살제로 죽은 것이 아닌 다쳤고 살았었던 아이들이 복수를 하였고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게 하는 내용으로

어른들이 권력을 이용하여 사건을 무마시키려는 모습.

가해 학생의 아버지가 사실은 검사장이라는 높은 직책이지만 딸을 폭력과 권위로 대해

가해자 학생도 또 다른 피해자였던 것이었다.

결국에는 적절한 형량도 받고 그 아버지도 법정에서 딸아이 때문에 사과하는 모습에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놀라운 일은

작년에 집단상담으로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아이는

기타를 배우고 있는데 잘 하고 싶다고 했었다.  

그런데 연극제에서 기타 치는 멋진 모습으로 나타났고

왕따를 당한 친구를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 영상을 잘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이번 연극제에서 영상으로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린 모습을 보니

또 다른 감회와 감동이 일었다.


한 타임이 지나면 소란스러워지고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기 아이만 나오는 연극을 보고 집으로 가신 것이다.

처음에 들어갈 때 안내하는 학생들이 간곡한 소리" 제발 끝까지 봐주세요"

라는 말에 나는 어른으로써 미안했다.


보이는 건 한 시간이지만 과정은 지난했고 힘들었으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은 이 과정을 통해 한 뼘 더 많이 성장할 것이다.


기타를 멋지게 친 아이도, 밤을 새워서 영상을 편집했던 아이도

머리에 가발을 쓰고 예쁘게 화장을 한 사춘기 아들도

그 외에 수많은 아이들의 수고로 멋지고 귀한 시간이 되었다.

.

연극 안의 나오는 탈북자, 장애인, 왕따, 차별과 폭력, 아픔, 통렬한 비판

또한 사랑과 우정, 연민과 따뜻함 등의 그 아름다운 시선으로

연극을 본 어른들이 성장했다.


아이들을 통해 인생과 삶에 대해 그 가치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정말 더 어른 노릇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춘기 아들이 책도 한 권도 안 읽고

학원도 안 다니고 공부도 안 하며 매일 게임만 하는 것 같지만

너무나 열심히 살고 있고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들이 항상"엄마는 잘 모르잖아"라는 말이 맞다는 것을 확실이 알게 된 시간이었다.

정말 나는 아들에 대해 모르는 엄마였다.


오늘은 아들이 정말 자랑스러운 날이었다.


산 넘어 남쪽에는 36.5도의 골든 타임의 온도가 있다.
그 온도는 바로 아이들이 어른들을 사랑해주는 온도이며 우리도 아이들에게 돌려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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