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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Oct 22. 2020

동백 대교와 롤러코스터의 환상적인 공포

나의 두려움과 공포에 대한 고찰

장항에 있는 한 중학교의 심리검사를 의뢰받고 가는 길.

군산-장항 간 연결다리인 동백 대교 위를 달리고 있었다.

대교의 초입은 난간이 낮아 무서웠다.

순간 바다와의 거리가 가까워 보였고

핸들을 잡고 있는 손이 미끄러진다거나 자칫 조금만 기울어진다면

영락없이 바다의 푸른 진흙으로 처박힐 것을 생각하니 정말 아찔했다.

또한 다리도 떨리고 긴장해서 브레이크 대신 액셀을 밟을 까 심히 두려웠다.

하지만 이건 무서움이라는 말도 꺼내기 어려울 정도로 약과였다.



몇 해전 가족과 함께 갔던 놀이공원

그곳에 있는 놀이기구 T-익스프레스.

명실상부 우리나라에서 가장 무서운 롤러코스트라고 했다.

나름 놀이기구를 탄다는 자부심이 있었던 터라

큰아들이 탈 거냐는 물음에 망설임 없이 '뭐 조금 무섭다가 말겠지"라며 호기로웠다.

하지만 대답을 하고 줄을 서고 점점 타야 할 시간이 압박해오자 심장이 마구 뛰고

'그만 내려갈까? 안 탄다고 해도 될까? 어떡하지?'

당당하게 올라왔는데 쪽팔릴 것 같은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때가 기회였음을 타고 내려왔을 때 분명히 알게 되었다.


주의사항도 예삿일이 아니었다.  어떤 분이 립스틱을 떨어뜨렸는데 하강하고 있던 사람이 맞아서 바로 병원행이었다는 글과 수많은 안경이나 휴대폰, 심지어 슬리퍼와 쪼리 등도 날아가 찾을 수가 없으며 사람들에게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도대체 속도가 얼마이면 이런 무시무시한 주의사항이 있을까 생각하니 갑자기 더 떨려왔다. 바로 타기 직전. 나는 심장이 터질 듯하고 다리는 심히 떨고 있었지만 아직 괜찮다.


타는 순간. 나는 그냥 지옥을 맛봤다.

어지럽고 숨을 못 쉬며 하강할 때에는 오줌이 지릴 정도로 움찔했고 눈물이 핑 돌았으며

올라갈 때는 숨이 턱턱 막혔다. 다시 내려가고 꽈배기처럼 꼬아지고 숨이 차오르다가 뱉어지고

온 몸안의 장기들이 다 죽겠다고 튀어나올 것 같았으며 아들의 팔을 꽉 잡고 있는 나는 쪽팔림을 넘어

아들에 기대어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시간은 가고 멈출 시간도 찾아왔다.


내려와서는 또 호기로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것 봐. 나 이런 것도 타잖아. 엄청 무섭다. 안 타본 사람은 말하지 마"라며 동생과 남편 앞에서 떠들었다.

하지만 동생과 남편은 관심도 동경도 하지 않는다. 그냥 저와 다른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

둘은 이구동성으로 "저런 걸 왜 타. 무서운데."

나도 속으로는 다시는 안 타야겠다고 결심했다."진짜 저런 걸 왜 돈 주고 타야지?"


이 일이 있은 후 나에게 또 다른 두려움과 무서움이라는 공포의 감정이  생겼다.

이전에는 밤길이나 사람이 제일 무서웠는데

이제는 높은 곳에 올라갔을때 난간이 없거나 기댈 때가 없을 때 무섭고 차를 가지고 높은 곳은 이젠 못 갈것 같다.

무서움과 불안의 감정은 필요하다.
부정적인 감정을 통해 나의 몸을 지킬 수 있다.
또한 부정적인 생각이 나의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

동백 대교도 T-익스프레스도 무섭지만 그 무서움이 나를 살린다.


조심히 그리고 천천히 가장 중요한 건 무리하지 말고 . 호기롭지 않기.

남들에게 조금은 쪽팔려도 되기.


왜냐하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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