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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Nov 06. 2020

완벽한 결말은 이 세상 아무곳도 없다.

극강의 아름다움 발레리나

                                                                                                                                                                             

이상 속 로망을 극강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하는 발레.

그 아름다움을 우아하고 섬세한 몸짓으로 표현해내는 발레리나                                                                                                                                                         

나의 어릴 적 꿈은 발레리나였다.


TV 속에는  <지젤 > 발레 공연이 한창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그때부터 막연하게 동경하기 시작했다.

어린 소녀의 눈에는 가볍게 나비처럼 날아오르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고 기품 있어 보였다. 자유의 날개를 가졌다. 슬픔이나 아픔이 없는 미지의 아름다운 곳에서 살고 있으며 동화 속 공주님이었다.


녹아 없어질 것 같이 하늘거리는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부드러운 공단의 리본으로 발목을 감싼 분홍빛 토슈즈를 신었다. 동그랗게 땋은 옆머리와 한 올로 흐트러지지 않게 단단히 묶은 머리를 하고 푸른 달빛 아래 춤을 추고 있는 지젤.  

한껏 도약을 할 때면 가슴은 힘껏 앞으로 내밀고 얼굴은 뒤로 젖어졌으며 온 몸이 하늘을 분명 날고 있었다. 공작의 날개 펼지듯 펴져 한 발로 선 다리와 손의 선이 하나가 되어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얼굴이 슬픔으로 울기도 하고 행복의 미소도 지으며 무대 위를 자유롭게 춤을 추고 있었다. 왕자님이 나타나서 함께 추는 춤은 나를 낭만의 세계로 인도하기 충분했다. 내용은 생각이 잘 나지 않지만 지젤이 밤새도록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그냥 아무런 숨도 쉴 수가 없었다. 소녀의 눈에는 어느새 경의로움으로 가득 차 올랐다.


현실은 아름다움과 거리가 먼 독선적인 아버지와 항상 숨죽여 울고 살았던 어머니의 삶에서 위태롭게 성장하고 있었으며 어느 곳에서든 움츠렀었고 수줍은 소녀였다.


삶은 무거웠고 남루했으며 나 자신이 너무 연약해서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TV 속 발레리나는 아름다움과 재능을 갖추었으며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하고 사는 것 같아 보였다.

초라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서지 못하는 나와 다른 세상의 사람.

발끝으로 서 있는 고고한 발레리라의 모습 또한 너무나 순결하고 고결해 보였으나 내 몸은 쓸모없이 느껴졌다.


그 뒤로도 한참이나 흘러내리는 듯한 실루엣의 발레복과 핑크색 토슈즈는 완전 나의 로망이 되었다.


하지만 발레를 좀 더 유심이 지켜보던 어느 날 발레는 결코 우아한 것만은 아니다는 것을 깨달았다.발끝으로 서 있는다는건 엄청난 고통이였고  대단히 힘이 필요하 다양한 근육을 써야 한다. 손을 최대한 쭉 뻗어야 아름다운 선이 나오고 다리도 발끝도 근육에 힘을 주어 반듯이 서야 한다. 얼굴도 다양한 근육을 사용하여 표정과 연기를 해야 하는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엄청나게 힘든 직업이었던 것이었다.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선 희생이 필요한 것. 발레는 몸을 희생하여 최고의 난도가 높은 감정과 인생을 표현했던 것이었다.


발레리나가 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삶을 동경했지 희생을 하면서까지 간절하지는 않았던 것. 바로 동경이라는 이상의 껍데기를 사랑했던 것이다. 마술적인 믿음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왕자님이 나타나서 이 초라한 곳에서 더 이상 초라하거나 쓸모없는 내가 아닌 세상 그 누구보다 귀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마술적 믿음>은 자신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 스스로 뭔가를 하기보다는 어떤 사건이나 사람이 자신의 현실을 바꾸어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내 소녀 시절 갖었던 그 믿음은 어쩌면 나의 힘든 세상에서의 탈출이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내 자아가 자라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현실의 왕자님을 만나기 위해 헤매었고 힘들었을 것이다. 또한 함께 살고 있는 남편이 아니었다면 나는 여전히 나 자신을 구할 왕자님을 찾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마술적인 믿음 때문에 자신의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만날 수 있다. 그건 "내가 돈이 많아지면 행복해질 거야."라든지" 남자 친구가 날 떠난다면 나는 죽을 거야. 대로 살 수가 없고 견디기 힘들 거야" 또한 " 일류대학 나오면 나는 지적인 사람이 되게 해 줄 거야" " 열심히 노력하면 꼭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이건 다 상상과 나의 내면에 있는 보이지 않는 실체이다.


내가 어른이라면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봐야 한다.


발레는 겉모습은 아름답고 세상의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것, 왕자님을 만나면 영원히 행복할 거라는 믿음을 가졌던 나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으며 내 삶은 나 자신이 이루어가고  만들어가야 하며 그 과정은 힘들 수도 있고 절망으로 헤맬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성장해서 단단하고 섬세한 근육으로 긍극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발레리나처럼 나도 섬세한 내 마음의 근육을 키워 강하면서 우아하고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내고 싶다.                                              

 

완벽하게 아름다운 결말은 이 세상 아무 곳도 없다.






















































오늘은 어제보다 따뜻하지만 아침 기운은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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