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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Dec 08. 2020

삶이 가벼워지고 싶다면.

나의 강박적인 생각들

 하루 종일 가는 곳마다 갈등의 상황이 계속되었다. 알 수가 없다. 아니 서로에 대해 아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오랫동안 보았지만 화가 나니 보이지 않고 오롯이 자기만 보이는 것 같았다. 옆에서 지켜본 나의 마음에 답답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낮동안 소란스러웠던 나의 마음이 지금 이 시간 밤이라는 공간에서 고요하고 잠잠해졌다. 비워졌다. 다행이다. 내 몸 구석구석에 평화가 스며들었다. 난 오늘도 수많은 감정을 가지고 살았으며 수많은 감정을 가진 누군가를 만났다. 때론 불편하게, 때론 즐겁게, 때론 상처로, 때론 따뜻함으로.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상대도 느낄 것이다. 모두 감정을 가지고 있으니까.


양자물리학에서 얘기하듯이 우리에게 보이는 사물에게도 감정이 있다고 한다. 어제는 헌 옷 나눔을 한다는 지인을 도우러 갔는데 옷 수거하시는 분이 파란 트럭을 가지고 오셨다. 트럭 뒤편에는 이미 많은 옷들이 검정 봉지에 종이봉투에 아무렇게나 담아져 있었다. 우리의 것도 포함하니 트럭이 꽉 차 있었다. 왠지 돼지 트럭처럼 옷들이 처량해 보였다. 한때는 기대감과 설레는 맘으로 선택되었을 것이다. 아저씨 왈 "매일 이렇게 나와요. 요즘은 값이 떨어져 적은데 그래도 많아요. 그리고 어느 집에 가면 옷이 현관에까지 꽉 차인 집에도 가봤어요" 쉽게 버려지며 쉽게 또 채워지기도 한다. 물건이 사람의 마음을 채우기도 비워지게도 만든다. 정리 정돈을 하면 기분이 좋은 까닭이다. 사람들은 마음을 비우기 전 물건을 비운다. 또한 저장강박증이 있는 사람들은 결핍을 물건으로 채워 위안과 안정을 얻는다. 그렇다면 물건은 그 안에 영혼이 들어가 있는 게 틀림없다. 물건이 사람으로 대체된다.


강박증은 제어가 안되며 내 통제 밖의 일이다. 강박행동도 있지만 강박적 생각도 있는데 많은 사람이 겪는다고 한다. 나도 한때 그런 적이 있었다

하루 종일 나는 누구이며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또는 갑자기 폭력적인 생각. 금지된 생각이 떠올랐다. 그럴 때 의식적으로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버렸다. (이럴 때는 생각 중지 단어를 5 분간하면 효과가 있다)


생각과 행동의 양은 평균적이어서 생각이 많으면 행동이 적어지고 행동이 많으면 생각이 적어진다. 내 경우는 생각이 많아지려고 하면 일어난다. 며칠 전에도 갑자기 우울한 마음이 들어 집안일이나 산책을 했더니 효과가 좋은 것 같았다. 강박증에서 벗어나려면 반드시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해보거나 내가 하는 일에서 10%를 줄이시라 권한다. 내 주변에 물건이 내 마음에 잡다한 생각이 쌓이지 않도록 내 감정과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꼭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일도 중요하다. 글을 쓰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내 생각과 감정을 글에 덜어내면 훨씬 낫다.


누구나 강박적 행동은 한다. 물론 나도. 하지만 강박이라는 이름에 숨어 피하지 말고 맞서 보자. 내 인생은 내가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신이 주신 자연을 누리고 이용하고 영혼이 있는 물건과 대화를 해서 정말 원하는지 묻자. 물건이 말은 하진 않지만 느낄 수 있다.

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냈지만 산책하며 보았던 많은 것들이 나를 채워주는 물건보다 더 풍요로움과 여유를 주었다. 그 누구에게서도 느끼지 못한 것들이다. 아마 신이 우리에게 자연이라는 치유 선물을 주신 것 같다. 내 맘이 복잡하거나 그냥 우울할 때 햇빛에만 나가면 반드시 알 것이다. 나에게 얼마나 놀라운 일들이 기적 같은 삶이 있는지를. 자연은 너무 복잡하지도 너무 많이 채우지 말라고 한다. 우리에겐 너무 많은 생각. 너무 많은 쌓여있는 것들. 조금씩만 덜어내자.


나의 생활이 활동과 생각이 균형을 이루며 내가 정말 원하는 것들을 하다 보면 어느새 무언가 쓸데없는 것들이 사라지고 가벼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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