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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Dec 22. 2020

아름다운 것은 지키는 것이다.

농(農)에 대한 짧은 이야기


김탁환의 “아름다운 것은 지키는 것이다”에는

글자에 혼이 담겨 있으며, 농(農)이라는 글자는 평생을 농부로 살아갈 사람들에게 심장과 같은 글자이다. 농(農)이라는 글자가 지금 받고 있는 푸대접이, 농촌과 농부의 힘든 나날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버지의 농(農)은 허리를 구부려, 굵은 땀이 흘러넘쳐진 논밭 사이로 피어난 한 알의 곡(穀)식이며, 땅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쇠어진 몸뚱이이며, 생명이다. 구슬픈 곡(哭) 조이다.

수확의 기쁨의 곡(哭) 조이다. 밥상에서 늘 “흘리지 말아라. 한 알의 곡(穀)식을 키우기 위해 얼마나 힘든지 너희는 모른다. 굶지 않고 먹을 수만 있으면 행복한 것이야. 인생 별거 없다” 마음속에 새겨진 그 말에는 아버지의 힘든 삶의 나날들과 맞닿아 있다.      


나의 어린 시절의 농(農)은 촌스러운 것이었다. 나는 농(農)이란 글자가 싫었다.

나를 먹여 살리는 농(農)은 일순간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처럼 느껴졌다. 학교 다닐 때 아버지의 직업을 물어보면 말하지 않았다. 가끔은 그냥 “회사 다녀”라고 얼버무리기도 했다. 다른 친구 아버지처럼 깔끔하게 넥타이 고 회사에 출근하면 세련되고 소위 있어 보였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깔끔하고 겉모습이 화려하면 그만이었다.     


이만큼 나이를 먹으니 농(農)에는 촌스러움이 아니고 소박함이, 정겨움이, 고단한 일상의 시간들이 새겨져 있음을, 나의 생명을 유지하고 있으며, 나를 깨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줬다. 순수한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소박한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단순한 삶이 많이 가지고 거추장스러운 것보다 얼마나 풍요로운지, 점점 더 많이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아니 어쩌면 나는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어릴 때 아버지의 밥상에서 한 톨의 밥알이 떨어진 것을 주워 먹었을 때, 굶지 않고 먹을 수만 있으면 행복하다는 말에, 인생 별거 없다는 말에 이미 알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한 그릇의 밥 안에 다 들어 있었다.


한알의 곡식으로 철부지 자식들의 피와 살이 되 우리는 그렇게 아버지의 농(農)으로 자랐다. 오늘도 아버지의 논에서 보리가 크고 있듯이 나의 농(農)도 내 마음의 터전에서 하루가 다르게 성숙해질것이며 아버지의 농사로 살이 오르고 대를 이여 시실과 날실이 엮이듯이 후대를 이여 영원불멸이 될 것이다. 우리의 유전자 깊숙한 곳에 새겨진 농(農)이란 글자는 우리의 생명의 근원이 되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늘에서야 알았다. 그 촌스러운 농(農)은 바로 우리의 생명을 이어주고 살린다는 것을.

농(農)이라는 글자는 평생을 농부로 살아갈 사람들에게 심장과 같은 글자이기도 하지만 온 세상 사람들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있는 글자란 것을.

그래서 농(農)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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