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금 사용하고 있는 공부방으로 협동조합 주사무소로 했거든요. 혹시 무상임대계약서를 받을 수 있을까요? 협동조합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려면 임대차 계약서가 필요하다고 해요. 한 번 알아봐 주실 수 있나요?" 정말 간단히 해결되리라는 생각으로 , 당연히 해주리라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협동조합 주 사무소를 지금 면사무소 뒤편 공부방에 한 이유가 있다. 면사무소에서 아이들에게 공부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얼마 전까지 마을학교가 열렸던 곳이었다. 당연히 마을학교 협동조합 사무실이라고 생각하였다. 또한 아무도 협동조합 사무실에 대해 이곳이 안될 거라 생각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너나들이 공부방은 지금의 협동조합이 되기까지 마중물이 된 곳이다. 4년 전인 2017년 1월 5일 개소식을 시작으로 이곳에서 방과 후 학습 지도와 돌봄이 시작되었다. 우리 은행에서 실시한 '희망의 공부방 사업"에 선정되어 공간에 필요한 것들을 지원받았고 그로 인해 지금까지 잘 이용하고 있다. 마을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나 아이들의 다양한 강좌들도 열렸다.
지영이 엄마가 하는 요리 수업, 지호 아빠가 하는 목공수업과 승훈이 엄마가 하는 보드게임 등등 많은 마을 분들이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참여했다. 마을에서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마을 장터가 열렸다. 공간 한 구석 그늘막과 현수막 등이 장터가 열린 흔적을 얘기하고 있으며 다시 한번 재기를 위해 긴 꿈을 꾸고 있는 듯 보였지만 언제 시작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코로나 때문에 전면 금지되기 전까지 열렸던 도예수업 물레가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고 아이들이 읽다 만 책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며 보드게임 카드가 마치 저들의 세상에서 카드놀이에 한창인 듯 보였다. 이곳은 바로 우리들의 공간이었다. 작년에 마을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도시락을 쌓던 곳도 이곳이었다.
다음 날 오전이 한참 지나서야 답장을 받았다. 담당 과장님이 바빠서 이야기를 못했는데 이제야 하게 되었다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법원에 전화를 했다. 법원에서는 등기를 다시 해야 하는데, 임원회의를 다시 하고 회의록 공증을 다시 받고, 등록 면허세를 다시 내고 등기를 해야 하는 절차가 있다고 한다. 또 다시 다시 해야 한다. 시청에 전화를 해도, 협동조합 컨설팅하는 곳도 전화해보니 잘 모르겠다며 처음에는 설립신고만 변경해도 된다며 간단할 거란 얘기를 하며 한동안 안심했었다. 하지만 몇 시간 후에 다시 전화와 서는 법원과 같은 말을 하였다. 하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교육청 입찰 날짜가 이번 주 금요일 오전 10시로 사흘밖에는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류를 다 갖춘다고 해도 법원 등기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할 것 같았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걸어볼 요량으로 당장 면사무소를 방문하였다. 현재처럼 건물은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협동조합 법인 사무소로 계약서를 쓸 수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시 건물이고 시에서 건물을 무상 임대하려면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며 무상으로 임대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임대 계약을 하려면 입찰의 과정을 거쳐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반영해야 하며 무상이 어렵기 때문에 월세와 관리비등도 부담해야 한다고 한다. 등등등. 결론은 되지 않는다는 얘기. 다시 한번 세무서에 전화를 했더니 그냥 사용 허락서만 받아 오라고 간단히 얘기했다. 하지만 사용 허락서도 법인 단체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다는 대답이었다. 오후에는 몇 번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체면을 무릅쓰고 면장님도 찾아갔지만 사용 허락서도 간단한 것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한 가지 희망이 생겼다. 면사무소 바로 앞 건물 사장님을 소개해줬고 흔쾌히 무상임대를 해주시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오늘은 어렵고 내일. 오늘은 일단 면사무소에서 하루의 해가 졌기에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일단 후퇴.
저녁이 되자 힘듬이 밀려왔고 지금 그만둬야 하나라는 마음까지 생겼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자괴감이 밀려왔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너무 기분이 좋지 않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눈물이 났고 회한이 밀려왔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혼자만 했던 것. 협동조합이라고 부르짖으면서 정작 의논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함께 해야 한다. 함께 짐을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단단히 각오를 하고 머리를 질끈 묶고 운동화 끈을 단단히 조였다. 다시 한번 힘을 내보는 것이다.
이제는 초집중해야 한다. 오늘 안에 모든 것을 처리하고 일단 법원 등기소까지는 가야 한다. 빠른 시간 안에 회의를 소집하고 공증을 받아야 한다. 먼저 임원들을 소집하였다. 우리들은 다시 인감증명서를 떼고 회의를 했다. 이제는 다 같이 모여 한 사람은 도장을 찍고. 한 사람은 회의록을 복사하였다. 또 한 사람은 앞 건물 사장님 만나 임대차계약서를 썼다.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이제는 함께 공증 사무실을 방문, 이번에는 한 시간쯤 기다리니 공증이 되었다. 바로 시청에 가서 면허세를 다시 납부하고 법원에 가서 다시 접수를 하였다. 여전히 마르고 키가 큰 담당 공무원이 약간은 사무적인 말투로 이틀 쯤 걸린다고 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그저 모든 서류들이 다 들어간 것만으로 만족하였다.
집으로 돌아와 세무서에 전화를 해보니 사업자등록이 빠르면 하루. 늦으면 이틀이 걸린다고 했다. 내일까지 나오지 않으면 교육청에 접수가 어렵다. 이제는 절망이라는 말도 무색할 정도이다. 그냥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한 마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있고 무슨 수가 반드시 생길 것이다. 아니 수가 생기지 않고 해결이 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함께 이기 때문에 이제는 혼자 두렵지 않다. 어쩌면 절망 가운데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서로 위로하고 서로가 필요한 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