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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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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Feb 18. 2021

자유

당신을 자유로운 가요?

차갑다.

춥다. 코끝이 빨개지고 매서운 바람에 볼 싸대기를 맞는다.

얼얼하지만 나쁘지는 않다.

바람에 몸을 싣고 봄이와 순이와 길을 나섰다.


아득하고 고요한

오후 5시,

온 세상이 연하늘색 구름으로 덮여 있다.

눈으로 반짝이는 대지에도, 내 그림자도, 봄이와 순이에게도 하늘색으로

하늘거린다.


갑자기,

하얀 구름 조각이 하늘에서 흩뿌려진다.

바람에 아무렇게나 날아다닌다.

내 눈에 담긴 눈은 세상의 무엇보다 아름답다.

나를 향해 달려오는 눈 때문에 눈물이 맺혔다.

눈물에 눈이 비쳐 똑, 같이 떨어진다.


목줄에 감겨 하루 종일 심드렁하고 있는 봄이는

눈 덮인 논에 목줄을 풀어 준 순간부터

논밭을 뛰어다니며 눈처럼 날아다닌다.

콧김이 피어나고 온 털이 땀으로 뻣뻣해졌다.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도 없는 논둑을 아무렇게나 뛰어다닌다.


이리저리 바람 따라 걷는 나에게도

저만치 앞서서 뛰어가는 봄이와 순이에게도

보이지 않는 끈이 달려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멀어지면 가까워졌다가,

가까워지면 멀어지는 밀당을 한다.


오후 5시,

세상에 아무도 없는 푸른 하늘빛 아래,

바람과 나와 봄이와 순이

그리고 눈이,

대지의 주인처럼 마구 흩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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