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후 5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비 Feb 18. 2021

자유

당신을 자유로운 가요?

차갑다.

춥다. 코끝이 빨개지고 매서운 바람에 볼 싸대기를 맞는다.

얼얼하지만 나쁘지는 않다.

바람에 몸을 싣고 봄이와 순이와 길을 나섰다.


아득하고 고요한

오후 5시,

온 세상이 연하늘색 구름으로 덮여 있다.

눈으로 반짝이는 대지에도, 내 그림자도, 봄이와 순이에게도 하늘색으로

하늘거린다.


갑자기,

하얀 구름 조각이 하늘에서 흩뿌려진다.

바람에 아무렇게나 날아다닌다.

내 눈에 담긴 눈은 세상의 무엇보다 아름답다.

나를 향해 달려오는 눈 때문에 눈물이 맺혔다.

눈물에 눈이 비쳐 똑, 같이 떨어진다.


목줄에 감겨 하루 종일 심드렁하고 있는 봄이는

눈 덮인 논에 목줄을 풀어 준 순간부터

논밭을 뛰어다니며 눈처럼 날아다닌다.

콧김이 피어나고 온 털이 땀으로 뻣뻣해졌다.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도 없는 논둑을 아무렇게나 뛰어다닌다.


이리저리 바람 따라 걷는 나에게도

저만치 앞서서 뛰어가는 봄이와 순이에게도

보이지 않는 끈이 달려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멀어지면 가까워졌다가,

가까워지면 멀어지는 밀당을 한다.


오후 5시,

세상에 아무도 없는 푸른 하늘빛 아래,

바람과 나와 봄이와 순이

그리고 눈이,

대지의 주인처럼 마구 흩뿌려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은 소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