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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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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Feb 27. 2021

정월의 하늘은 흐리기만 하다.

하지만 내 마음은 어느 때보다 풍요롭다.

정월대보름,

아침이 맑게 개였다. 여느 때와 달리 푸른 하늘도 보였다.


하지만

점점 흐려졌다.

오후 5시,

하늘이 회색빛과 연하늘빛으로 덮혀졌다.

해도 구름으로 빛이 번져 하얗게 변해버렸다.

땅은 뿌연 구름으로 가득하다.

누런 땅에는

흙먼지만 가득하다.


이른 아침부터 전화가 울린다.

엄마가 찰밥을 먹었느냐는 물음이었다.

하지만 오늘이 정월대보름인 줄도 몰랐다.

"아니, 오늘이 보름이야?"

"그래, 안 먹었을 줄 알았다. 찰밥 안 했으면 먹으러 와. 언제 올래?"


오후 5시, 

엄마 집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정월대보름 한 상,

작년 내내 노동의 대가와 햇빛으로 재배한 마른 나물들과

거칠지만 달고 부드러운 오곡밥과 복 들어오라는 김 등,

한 입 가득 터지는 줄 모르고 복과 건강과 정성을 먹었다.


흐린 하늘에 달빛도 흐린 날,

엄마의 마음 씀씀이가

흙먼지 날리는 대지 같은 내 마음에

풍요로움을 선사했다.


엄마 덕에,

올여름 아주 잘 지낼 걸 생각하니

감사하고 또 감사한 날이었다.


흐려서 보이지는 않는 달이지만 소원을 빌어본다.
"엄마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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