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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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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Feb 28. 2021

현재를 소유한다:카르페 디엠

욕망의 시간

오후 5시,


어둠이 오기 직전으로 파랗고 밝은 하늘이 점점 어스름해지며

굴뚝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밥 짓는 냄새가 여기저기에서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학교 다니기 전에는 일하러 간 엄마, 아빠를 언니랑 둘이서 툇마루 앞에서 기다린 시간이었고

초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동네방네 뛰어다니며 놀다가 밥 먹으러 가야 하는 시간이었으며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버스에서 내려 내리는 어둠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때론 친구들과 노느라 늦게 들어온 날에는 어김없이 버스 정류장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젊은 엄마가 있었다.

청년의 때에는 가장 재미있는 시간이었고 동네가 아닌 도시 여기저기를 낄낄거리거나, 수다를 떠느라 지치지 않는 날들이었다.

직장을 다닐 때에는 곧 다가 올 퇴근에 약간 흥분된 시간으로

얼마 간의 시간을 견디면 아름다운 청춘의 밤이 시작되었다.

결혼 후에는 가족들 밥을 짓고, 먹이고, 씻겨야 하는 시간이었다.

요즘은 일찍 퇴근하면 봄이와 동네를 산책하거나 음악을 틀어 놓고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다.

때론 저물어 가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한다.

너무나 힘들어 입술 꽉 깨물고 살았던 수많은 시간들을 지내보니 이제야 조금 여유가 생겼다.


앞으로 나의 날들 중에서 남은 날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오후 5시는  잊지않고 찾아올 것이다.

매일의 일상이 다른 것 같지만 비슷하고,  머리카락이 많이 희끗해졌고 주름도 늘었지만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금, 현재, 여기는 매우 중요한 때이고,

내가 있는 오후 5시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나를 비판하지 말고 판단하지 말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해본다.

과거의 그리운 날들은 추억의 책꽂이에 잘 꽂아 놓 아주 가끔씩만 들여다봐야겠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날들을 아직 오지 않는 불안감에 내어 주지 말고 현재를 소유해야겠다.


오후 5시,

나를 온전히 사랑하고

현재를 소유하는 욕망의 시간이다.

*정신분석에서 시작된 신경증과 정신증을 구분하는 기준은 자아의 여러 기능 중 현실 검증력(reality testing)이 존재하는지 아닌 지다.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현실 검증력이 있으면 신경증, 없으면 정신증이라고 한다. 정신증은 정신병이라고도 한다. 신경증과 정신증 - Daum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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