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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_일_년
by
배경진
Dec 23. 2024
1.
이제 해녀 삼촌들은 나를 많이 알아본다. 지나가면 먼저 말을 건다.
“어디 갑니까?”
“네, 밖에 나갔다 오려고요. 모슬포에 일이 있어서.”
“요새 자주 마주칩니다.”
“네, 여기서 좀 살아 보려고요.”
“얼마나?”
“예, 일 년이요.”
순간, 눈빛이 바뀐다. 반가워하는 빛이 역력하다. 집으로 들어가면서 자꾸 뒤돌아본다. 그리고 웃는다.
2.
밖에 나갔다 오다가 집으로 들어가려던 옆집 삼촌과 마주쳤다.
“어디서 산다고?”
“네, 저어기 파란 집. 블루오션에 살아요.”
“밥은 어떻게 먹고?”
“집주인이 하는 밥 먹어요. 그이가 요리를 잘해요.”
“아, 그래. 얼마나 살 거야?”
“예, 일 년 살 거예요.”
삼촌이 나의 팔짱을 끼며 반색한다.
“일 년이나?”
“네.”
나의 대답에 삼촌이 덧붙인다.
“그렇지, 공기가 좋아서 그런 거지.”
“네, 공기도 좋고요….”
집으로 들어가는 삼촌 뒤에 대고 인사한다.
“들어가셔요!”
박진영이 작사·작곡한 <사랑 일 년>이란 노래가 있다. 나는, <해녀 삼촌들과 사랑 일 년>을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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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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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오래 일했다. 정년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산다. 해녀가 좋아 제주 가파도에서 그들과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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