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풍랑주의보가 내렸다.
월, 화, 수, 목, 나흘 내내.
금, 토, 일요일도 기약할 수 없다.
방문객이, 모슬포에 집이 있는 원주민이 썰물처럼 빠졌다.
그러곤 배가 끊겼다. 섬이 텅 비었다.
‘블루’의 주인장이 나갔다. 집이 텅 비었다.
2.
가파도에선 풍속 13m/s, 파고 2.6m가 넘으면 풍랑주의보가 내린다. 수도권에선 아무리 바람이 심해도 4m를 넘는 경우가 드문데, 오늘 가파도의 풍속은 16m. 즉, 4배가 넘는 바람이 불어대고 있다. 밤이 깊으면 바람소리‘만’ 들린다. 온 동네 고샅을 광폭하게 훑고 다니는 소리. 쿠당탕탕, 쿠당탕탕. 아파트 층고는 2m가 좀 넘는다. 오늘 가파도의 파고는 4m. 아파트 2층 높이의 성난 물벼락이 바다 표면을 향해 내리꽂히는 것이다. 무시무시한 스케일이다. 가파도는 바람과 파도를 묵묵히 맞고 서 있다. 그럼 어쩌겠어요, 하는 낯으로.
3.
‘블루’엔 나 혼자다. 집을 지키는 건가. 나를 지키는 건가.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긴 한가. 이런 날은 삼촌들도 집에 콕 박힌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서다. 인적이 끊기니 올레는 썰렁하다. 나는 혼자서 삼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두런두런. 삼촌들, 고시랑고시랑 팔십 평생을 살아온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하나도 빠짐없이. 쫄쫄한 잠수복을 입고 나가 생사를 넘나든 적은 몇 번인지, 아직도 바닷속엔 멍게꽃과 성게꽃이 탐스러이 피는지, 이승과 저승의 문턱에서 캐낸 물건으로 내 손만 바라보던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는지, 그 아이들이 지금 나를 서글프게 방치하진 않는지. 내가 그 길고 긴 이야기를 다 들어줄게요. 귀 기울여. 그래서 여기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