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파도로 돌아왔다. 집에 가서 일주일을 쉬었다. 나의 귀환을 가파도가 격렬하게 환영한다. 세찬 비와 거센 바람으로. 하루 이틀에 그칠 기세가 아니다. 어제 배를 타지 않았더라면 섬으로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모슬포호텔에 머물며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거나 다시 김포공항으로 돌아가거나.
2.
맨 처음 가파도로 오기 전 세 가지 조건을 꼽았다. 첫째, 해녀가 많을 것. 둘째, 마을이 오목하게 닫혀 있을 것. 셋째, 자연이 보존되어 있을 것. 가파도가 알맞았다. 오늘은 보존된 자연의 순수함을 제대로 느끼고 있다. 거기에다 단독주택의 장점까지. 지붕에, 마당에, 사방 벽에 폭풍우가 내리꽂힌다. 가만 귀를 기울이니 마당에 대형 광목을 펼친 듯하다. 펄럭이는 광목의 아래위로 혹은 좌우로 폭우와 광풍이 들이치는 소리가 어마어마하다. 1분 1초도 쉬지 않는다. 온 힘을 다해, 열심이다. 태풍이 온 것이 아닌데도 이 정도이니 태풍이 온다면 그 위세는 어느 정도일까. 마당에선 갖가지 물건이 나뒹구는 소리가 요란하다. 온몸을 적실 비바람을 상상하니 방문을 열 엄두가 안 난다.
3.
풍랑주의보로 텅 빈 집이다. 낚시 고수들도, 주인장도 ‘밖’으로 나갔다. 홀로 남았다. 순한 도시인인 나는 두 귀를 열고 종일 공간을 꽉 채우는 강력한 자연의 소리를 받아들인다. 조금은 무서움에 떨며. 식욕이 없어 아침은 건너뛰었다. 점심마저 거를 수는 없지. 식당으로 건너가 엊저녁에 해둔 밥을 밥솥에서 퍼서 따뜻한 물을 곁들여 먹어야 한다. 우물우물. 생각만 해도 입맛이 쓰다. 그나저나 저 마당을 건너갈 일이 아득하다. 자연, 참 거친 존재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