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파도터미널은 길쭉한 직사각형이다. 입구는 김경윤 선생이 매표를 담당하는 데스크다. 나머지 일부는 미니 도서관이다. 책을 눕히거나 비스듬히 세운 긴 테이블과 다양한 장르의 책이 들어찬 책꽂이가 있는, 그야말로 미니 도서관. 나는 수시로 들러 흐트러진 책을 가지런히 정리하거나 먼지를 닦는다.
2.
터미널은 블루레이호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항상 왁자하다. 운진항까지 15분. 배를 타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항상 길다. 무료하게 의자에 앉았던 이들은 진열된 책을 발견하고는 일어서서 책 쪽으로 다가간다. 긴 여유가 없는 여기선 그림책이 제일 인기다. 흥미를 끄는 신간에도 손을 자주 뻗는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 미니 도서관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3.
가파도에 간다니까 한양문고 김민애 선생이 물었다.
“거기 도서관이 있어요?”
“아니, 없는데요.”
“난 도서관 없는 동네는 상상이 안 가요.”
나도 상상이 안 갔다.
4.
초고령사회를 절감하는 섬이라지만 가파도에는 문화시설은커녕 도서관이 없다. 책 한 권을 빌리려 해도 모슬포 송악도서관에 가야 한다. 미니도서관은 김경윤 선생이 만들었다. 지난해에 책이 더 필요하다기에 내 책꽂이에서 추려 두 박스를 보냈다. 가파도에 와서 보니 서가의 일부가 비어 있었다. 그림책이 더 있었으면 하기에 ‘북뱅크’를 운영하는 친구 김정숙에게 부탁해 그림책 두 박스를 받았다. 책이 도착했다. 책꽂이의 장르를 어떻게 구분할지 둘이서 의논했다. 맨 위 칸에 가파도와 공생하는 고양이에 관한 책, 제주도에 관한 책, 글쓰기에 관한 책을 먼저 꽂은 다음 아래 칸을 채워 나갔다. 이제 책꽂이가 빈틈없이 빼곡하다.
5.
도서관장 경윤 선생은 사서인 나에게 책꽂이를 채워주어 고맙다고, 정리하느라 수고했노라고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그러고 나서 동그란 사과 한 알을 가볍게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