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지인이 즐겨 찾는 중식당 홍성방에 다녀왔다. 모슬포항 근처에 있어 찾기 쉽다. 평일 점심에도 자리가 꽉 찬다. 가파도 청보리축제 때나 여름 휴가철엔 대기 줄이 길다고 하니 알고 가면 좋겠다.
2.
2월의 쌀쌀한 날씨,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지는 날이다. 지난번에는 빨간 해물짬뽕을 시켰으니 오늘은 하얀 해물짬뽕을 먹어보자. 혼자 가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 여주인의 환영을 받으며 자리를 잡았다. 옆자리엔 수녀님과 친구들이 뒤따라 들어와 앉았다. 일산 주엽동성당 수녀님을 만난 듯 괜히 반갑다. 넷이 코스로 시킨다. 탕수육+새우(칠리새우·크림새우·깐풍새우 중)+식사(짬뽕·짜장·볶음밥 중). 푸짐하겠다. 다음에 친구들과 같이 와서 시켜봐야겠다. 오일장에서 이것저것 사고, 대정맑은해수사우나에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서 그런지 시장기가 확 돈다.
3.
드디어 나왔다. 큰 대접이 꽉 찰 만큼 양이 어마어마하다. 다 먹을 수 있을까. 오래 전 인천의 중식당 팔억조에서 처음 영접한 뒤 백짬뽕의 맛을 알아버렸다. 꽃게 한 마리가 통째로 터억 올라와 있다. 게를 작은 접시로 옮겼다. 넌, 이따가. 오징어, 새우, 홍합 등 각종 해물의 조합을 보는 순간 침샘이 자극되었다. 뽀얀 국물을 호로록 먼저 떠먹었다. 사골국물인가? 거기에다 해산물이 어우러진 깊은 맛이다. 해물을 먼저 해치운 다음 쫄깃한 면발을 음미하듯 한두 가닥 들어오려 넘기다가 감질이 나서 폭풍처럼 흡입했다. 빨간 것보다 하얀 짬뽕이 더 맛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그릇을 비웠다.
4.
사우나로 데워진 몸이 뜨거운 국물로 활활 타오른다. 온몸이 노골노골하다. 짧은 낮잠이라도 잤으면… 아니, 일어나야지. 문을 나서는데 찬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쳤다. 손에 들고 나섰던 외투를 얼른 걸치고, 비로드 목도리로 찬 기운을 막았다. 오늘 모슬포 외출은 이걸로 끝이다. 배를 타러 운진항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