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는 서울 평창동에, 나는 제주 가파도에 새 둥지를 틀었다.
1.
12월 1일, 김포공항-제주공항-제주 151번 버스-운진항-블루레이호로 가파도에 도착했다. 아침 7시에 시작한 일정은 오후 2시 반에야 비로소 종료되었다. 택시, 항공기, 버스, 배를 동원해 503.5킬로미터를 달려온 것이다. 날씨는 따뜻하고 파도는 잔잔해 이 섬이 나를 온몸으로 반기는구나, 마음이 놓였다. 가파도는 해안선 길이가 4.2킬로미터에 불과한, 일산호수공원만한 크기다. 항구에 내리니 숙소로 맞추어놓은 블루오션 주인장이 트럭으로 마중을 나와 있었다.
2.
해안을 달리다보니 앞에서 자전거 한 대가 느릿느릿 페달을 밟고 있었다. 여행자로 보였다. 운전대를 잡은 이는 참을성 있게 뒤를 따른다. 이만하면 올바르다. 섬에서 처음 만난 사람, 올 한 해를 맡길 그이에게 품성 면에서 별 다섯을 주었다.
3.
방을 안내 받고 캐리어를 들여놓으니 큰 숨이 절로 나왔다. 이제 정말 왔구나. 가파도일년살기 소원이 이루어졌구나. 출발 며칠 전엔 긴장했는지 새벽마다 잠이 깨었다. ‘잘한 결정일까. 잘해낼 수 있을까.’ 해녀들에게 가까이 가고 싶어서 얼마나 동동거렸던지. 자료를 찾고, 숙소를 찾고, 짐을 싸면서 무척 설레기도 했지만 근심걱정도 똑같은 무게로 심장을 눌렀다.
4.
나를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 나이에 괜찮겠어, 바람이 대단하다던데 견딜 수 있겠어, 까칠한 네 성격에 잘 버틸 수 있겠어, 까다로운 입맛에 과연 괜찮을까. 그래서 결의를 다졌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쿨하게 넘기자. 그렇게 생면부지의 사람을 만나고, 생면부지의 장소에서 첫날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