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_만큼_노래하게_된다

by 배경진

해녀를 처음 만난 건 십년 전 제주일년살기 때였다.


1.

당시에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에 숙소를 잡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해녀 숫자가 많은 동네였다. 아침에, 오후에, 저녁 어스름에 산책을 하다보면 해녀 삼촌들과 자주 마주쳤다. 제주에서는 남녀 구분 없이 웃어른을 삼촌이라 부른다. 어느 날 이른 아침, 바닷가를 거닐고 있는데 저쪽 멀리에서 까만 점들이 바다 속을 오르내리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해녀들이 물질을 하는 광경이었다. 그때는 무심했다. 관심이 없었다. 마을은 해녀들 물질과 관련된 광경이 차고 넘쳤다. 파란 하늘 아래 빨랫줄에 널린 까만 잠수복, 5월이면 온 마을에 널어서 말리는 검붉은 우뭇가사리, 집집마다 마당 벽에 세워진 물질 도구들.


2.

일 년을 다 채우고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해녀. 맨몸으로 물속에 들어가 생계를 책임질 해산물을 따오는 사람. 조금씩 궁금해졌다. 막연하게 이들에 대한 글을 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3.

제주에서 올라와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을 실컷 읽고, 편집자를 위한 책을 펴내면서 하루도 해녀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막연히 그립고, 막연히 만나고 싶은. 저서를 펴낸 다음해부터 일 년 동안 본격적으로 달려들었다. 해녀에 관한 자료나 유튜브,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보았다. 그렇게 차곡차곡 깊어졌다. 그러다 보니 가까이 가보고 싶어졌다.


4.

종종 제주를 찾았지만, 갈증이 가시질 않았다.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혼자 끙끙대지 말고 가자. 제주 전역을 염두에 두고 해녀가 많이 남아 있는 곳을 물색했다. 이름이 아름다운 종달리, 항일운동이 활발했던 하도리, 4.3의 상흔을 깊이 안고 있는 북촌리, 잠수굿으로 유명한 김녕리, 부부가 해남·해녀가 되어 제주에 정착한 신례리. 이외에도 섬 속의 섬인 우도, 비양도, 추자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파도까지. 어디로 갈까.


5.

책에, 영상에 자주 등장하는 가파도가 눈에 들어왔다. 제주 본섬에서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 봄이면 푸릇푸릇 청보리가 넘실대는 곳. 가오리 모양의 작디작은 섬. 해녀가 좋고, 가파도가 좋은데 결정을 미룰 이유가 없는 게 아닌가. 달려가야지.

가파도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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