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하필 가파도야?”
“섬에서 또 섬으로 들어간다구?”
“셀프 유배야?”
다들 한마디씩 했다.
그러게. 왜 하필 가파도였을까.
2.
제주는 이국적인 첫인상 때문에 신선했지만 자주 다니다 보니 서울 또는 수도권과 별반 다름없이 도시화가 많이 되어 있었다. 밝은 가로등 탓에 달과 별은 존재조차 없고, 불편함 없는 숙소에, 가는 곳마다 마주치는 관광객. 광화문 네거리나 내가 사는 일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3.
태어나 스스로 어딘가에서 살겠다고 정해본 적이 없다. 부모가 정해준 곳이나 학교 혹은 직장에 맞추어 도시에서 도시로 이사를 다녔을 뿐. 이제 남은 시간은 내가 정해야겠다. 좀 한적하고,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내 집 정원의 풀은 바람에 몸을 맡겨 어느 방향으로 눕는지, 선잠 깬 새벽에 열어젖힌 내 방 창가의 별은 어디쯤 떠 있는지, 바닷물은 언제 쓸려가고 언제 밀려와 방파제를 때리는지, 해와 달은 어떤 운행일지를 그리는지, 뱃사람은 봄·여름·가을·겨울 사시사철 어떤 고기를 낚는지. 내 삶에서 딱 한 번만 눈여겨보고 싶었다.
4.
무엇보다 해녀를 수시로 만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했다. 그때 체크 리스트에 걸린 것이 섬 속의 섬이었다. 우도, 비양도, 마라도에 가보았다. 마지막으로 가파도. 그곳만이 가진 매력에 끌렸다. 4월 청보리축제기간을 빼고는 관광객이 문전성시를 이루지 않는 곳. 한적하고 조용해 어슬렁어슬렁 산책하기 좋은 곳. 무엇보다 어촌계에 등록된 해녀 숫자가 44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제일 맘에 들었다.
5.
해녀 삼춘들은 오래전부터 거기 계셨으니 내가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일부러 사귀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섬사람들은, 아니 해녀 삼춘들은 육지것들에게 배타적이다. 그래서 사귀기가 정말 쉽지 않다. 그런데 그냥 거기 있어주시니 오다가다 만나면서 친해지면 될 것 같았다. 왜 가파도인가. 그래서 가파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