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전 6시, 벌떡 일어난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자연이 궁금하고, 다시는 없을 가파도에서의 ‘오늘’을 만나기 위해. 이불을 개고, 미지근한 물로 입을 헹군 다음 옷을 입는다. 5월이라 해도 아직은 새벽 공기가 차니 좀 따뜻하게 갖춘다.
2
서쪽 바닷가에서 시작한다. 날씨는 화창하다. 바다는 다리미로 다린 듯 판판하다. 오른손을 귀 위로 들어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살핀다. 바람이 약하다. 삼촌들은 오늘 물질을 할 수 있겠다. 수평선 가까이 하얀 점이 하나둘 떠 있다. 점점 커진다. 지난 밤의 조업을 끝내고 항구로 돌아오는 배들이다. 만선이리라. 나를 보고 있을 그들에게 굿모닝 인사를 전하고 걷던 방향을 튼다.
3
가파도에서 제일 높은 전망대로 향한다. 해발 20미터. 평지에 가깝다. 조금 오르니 너른 닭장이 나온다. 주민 한 사람이 관리하는데, 푸성귀를 풍성하게 뜯어다 놓았다. “꼬끼오~!” 닭들의 새벽 알람이 섬 전체로 퍼져 나간다.
4
청보리밭이 바다를 내려다보며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마치 내가 이 농장의 주인인 양, 시찰을 나온 양, 밤새 얼마나 자랐는지 휘이 사방을 둘러본다. 점찍어놓은 고인돌을 등지고 청보리를 찍는다. 날짜별로 익어가는 모습을, 사진일지를 남기려는 것이다. 순간 동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쏴아아~ 일렁이는 청보리. 마치 파도타기 하듯 1열이 쓰러졌다 일어나면 다음은 2열이, 그 다음, 그 다음…. 혼자 보기 아깝다. 넋을 놓고 보리멍을 한다.
5
밭둑에 한 여인이 서 있다 다가온다.
“혹시 주민이세요?”
“네.” (맞나? 맞지!)
“예약해놓은 표를 아침 9시 배로 당기고 싶은데, 자리가 있겠죠?”
“네, 있어요. 그 시간엔 주민들만 나가기 때문에 충분해요.”
가족 셋이 놀러왔는데, 가파도가 너무 좋아 자주 오고 싶다고. 한참 정보를 나누어주었다. 정말 나 주민 맞네…. 그녀는 중2 아들의 엄마란다. 아, 중2! 아들에게 이 신선한 새벽공기를 맡게 해주고 싶은데, 여기 와서도 그분께서는 휴대폰만 들여다보신단다. 가파도에 데려오는 데도 휴대폰 보는 ‘시간’을 가지고 유혹해야 했다고 한숨이다. 따로 따로 출발해 길이 엇갈렸는지 두 남자가 번갈아 전화를 해대는 통에 대화를 이어갈 수가 없다. 가파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는 말을 전하고 헤어졌다.
6
이런, 오늘 삼촌들 물질하러 가는 날인데, 얼른 가서 밥 먹고 따라나서야지. 이야기를 나누느라 평소 코스보다 짧아졌네. 아침 산책을 마무리하는 발걸음이 빨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