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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링(Sailing)

by 배경진

1

집에서 가파도로 가는 날 아침.

세수를 하고 로션을 바르는데,

라디오에서 로드 스튜어트가 ‘세일링’을 선사한다.

거친 목소리에 힘을 빼고 나직 나직이,

푸른 하늘을 가르는 철새의 부드러운 날갯짓처럼.

손길을 멈추고 귀만 열어놓는다.


2

“나는 바다를 저어가네. 저어가네

저 바다 건너 내 집으로

거친 바다를 헤치며 나아가지

당신 곁으로 자유를 향하여

나는 하늘을 날고 있어. 날고 있어

창공을 가르는 새처럼

아득한 구름을 헤치며 날아가지

당신 곁으로 자유를 향하여…”

(“I am sailing, I am sailing

Home again, 'cross the sea

I am sailing stormy waters

To be near you, to be free


I am flying, I am flying

Like a bird 'cross the sky

I am flying, passing high clouds

To be with you, to be free…”)

3

나는 집에서 푹 쉬고,

다시 기운을 얻어 가파도로 돌아간다.

이미 6개월을 보냈고, 이제 6개월이 남았다.

이젠 내 집도 내 집 같고, 가파도 집도 내 집 같다.


4

‘세일링’은 바람처럼, 응원처럼 나의 등을 밀어준다.

긴장을 풀고, 편안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판단하지 말고, 공정히.

그리고 가만히 속삭인다.

“섬 속의 섬에서 공기처럼 스며들다 오시길….”

6월의 가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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