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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시작하면 빠질까봐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나의 관심은 해녀삼촌들. ‘블루’에 드나드는 낚시고수들과 인사는 하면서도 6개월 동안 한 번도 현장에 안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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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블루’ 바로 앞까지 멜이 들어온단다. 멜은 멸치의 제주어다. 멜, 혹은 꽃멜. 멜은 멸치가 아니라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청어과의 샛줄멸이다. 멸치를 닮아 그리 부르게 되었는데, 엄연히 멸치와 다른 종이다. 산란기를 맞는 여름이면 제주 연안으로 몰려와 모자반 등 해초나 모래밭에 알을 낳는다. “멜 들업서! 하영(많이) 들업서!”라고 외치면 주민들이 모두 족바지(뜰채)를 가지고 나가 잡았다. 요즘은 그렇게 풍성하진 못하지만. 풋고추와 마늘, 고춧가루를 곁들인 멜젓을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끓여 묵직한 맛을 풍기는 제주 흑돼지구이에 살짝 찍어 먹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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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엔 막 낚시에 입문한 나이 지긋한 부부가 한 달에 한 번꼴로 오는데, 이젠 친해져 그들과 동행하기로 했다. 삼겹살에 막걸리로 이른 저녁을 먹은 다음 빨간 등대 아래로. 여기가 포인트다. 요즘 낚시 철이라 펜션의 방이 꽉 차는데, 조금 있으니 주인장을 비롯해 모두 모여 얼결에 ‘블루오션의 밤’이 되어버렸다. 수평선 가까이 밤배들의 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갈치잡이, 한치잡이 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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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붉게 물든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일몰을 맞는 기분도 괜찮네. 서늘한 기온이 내려앉자 갑자기 물속이 은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일제히 소리쳤다. “멜이다! 멜!” 과장 좀 보태 그들이 쏘는 빛으로 항구가 환해질 만큼 큰 무리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은빛 떼가 몰려다니는 광경은 장관이다! 주인장은 얼른 뜰채로 잡아 건진다. 미끼로 쓰기 위해서다. 만조가 되자 주민들이 몰려든다. 일부는 양푼을 가져와 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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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있으려니 멜을 따라온 참돔 무리가 몰려들었다. 바당은 물 반 참돔 반이다. 크기도 어마어마하다. 멜을 미끼로 끼워 낚싯줄을 던지자마자 주인장은 80cm가 넘는 참돔을 건져 올렸다. 대어다! 주인장도 나도,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고 나서도 여기저기서 환호성을 올렸다. 잘 잡힌다. 그물이 그득해진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 회를 쳐서 한라산에 목을 적셨다. 요즘 ‘블루’ 수족관엔 긴꼬리벵에돔, 참돔, 독가시치, 벤자리가 그득하다. 낚시 현장에 가보는 일도 꽤 흥분되는 일이네. 그렇지만 더 깊숙이 발을 담그진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