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
바닷가-전망대-보리수확이 끝난 들판으로 새벽산책.
7:00
삼촌들 성게작업. 바닷가에서 바라봄.
11:00
삼촌들 물에서 나오기 시작.
12:00
베프 집으로. 성게 손질 보조.
14:00
성게 손질 끝.
16:00
삼촌도 나도 휴식.
18:00
서쪽 바닷가 일몰 보며 저녁산책.
19:00
알로에 팩으로 하루를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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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바람도, 파도도 어질어 삼촌들은 계속 성게를 잡는다. “구살이 어서, 어서(성게가 없어, 없어)” 하면서도 매일 바당밭에 든다. 성게는 고가라 한 움큼씩만 잡아와도 수입이 좋기 때문이다. 해녀들은 바다에서 보물을 캐 오므로 바다를 밭이라 이른다. 상잠수, 갯잠수 할 것 없이 갯가 가까운 바당에 들어 주황색 테왁꽃이 핀 물가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내 마음이 다 푸근해진다. 몸을 솟구쳐 파도 일렁이는 바위 사이를 다니며 성게를 줍거나 캐내는 일은 참 고된 작업이다. 갯가로 올라오는 삼촌들의 입가엔 하얀 백태가 끼어 있을 정도다. 올라오자마자 삼다수로 입을 헹궈 내야만 한다. 입이 쓰단다. 삼촌들은 물질 당일 아침엔 짠 반찬은 사절. 짜게 먹고 들어갔다간 입안이 다 헐어버린다. 나의 베프는 “힘들어 내일은 안 가쿠다, 안 가쿠다” 하면서도 새벽빛이 밝아오면 또 고무옷을 껴입는다. 성게 손질이 끝나고 선명하게 노란 알이 많은 날은 어촌계에 팔러 가고, 거무죽죽하니 상태가 안 좋은 날은 냉동실에다 채운다. 전라도 광주에 사는 아들에게 보낸단다. “왜 삼촌 드시지요?” “내가 없어지믄이 우리 아들과 손주덜 못 먹을 거 아니니, 그러니 내 입으로 들어가지나? 보내줘야주.” 아들, 며느리 사랑에 이어 손녀, 손자에게 그 도타움이 넘어간다. 마흔에 홀로 되어 아들 넷을 키우고도 항상 정성이 모자란다고 노래를 한다. 그 끝 모를 사랑에 아연함을 느낀다. 자식이란 건 도대체 무얼까. 알고나 있을까, 그들은? 어멍, 또는 할망이 망치로 몸을 두드리는 것 같은 차디찬 물속으로 들어가 물숨을 참아가며, 또 너무 힘이 들어 한 번 물질에 3킬로씩 빠져가며 건져 올린 해산물이라는 걸? 오늘도 묵묵히 성게를 손질하는 투박한 손을 바라보며 생각이 깊어지는 오후다. 마지막 정리를 끝낸 베프가 끙, 무릎을 짚고 일어서며 하늘을 바라본다. “햇발이 섰다게, 내일도 구살하러 갈 수 있것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