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파도의 여름은 짭짤한 맛이다. 바닷바람이 데려온 소금기가 종일 혀끝에서 떠나지 않는다. 바닷가를 한 바퀴 도는 저녁 산책을 나서면 난 배추가 되어 소금에 푸욱 절여진 채 집안으로 들어선다. 볼륨 좀 있던 머리는 쪼그라들어 귓가에 딱 붙었다. 겨울과 봄엔 못 느꼈던 이 끈적끈적한 염분기는 습도와의 합작품이다.
2
한 달이 넘게 장마답지 않은 장마가 지속된다. 간헐적으로 내려오시는 비가 머금은 습기가 하늘로 올라가지 않고 우리 가슴께에서 머물러 있다. 답답하다. 전라와 경상지방은 폭우가 극심한데, 가파도엔 비가 내리지 않고, 그렇다고 장마가 물러서지도 않는 어정쩡한 날의 연속이다. 날씨는 후텁지근하고, 살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끈적끈적함, 뭍으로 달아나고 싶을 정도다.
3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생선을 먹는 즐거움은 바닷가에서 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장점이 습기와 합쳐지자 단번에 최대 약점이 되어 버렸다. 섬 전체를 뒤덮고 있는 생선 비늘과 같은 비릿함. ‘블루’의 식당에 놓인 도마에선 비릿함이 풍기고, 포구에 묶어둔 배에선 비릿함이 풍기고,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마저 비릿함이 풍긴다. 심지어 갯가에 핀 꽃잎마저 비릿한 향기를 내뿜는 듯하다. 그래 요즘은 도마를, 배를, 바람을, 꽃을 흘기며 다닌다. 이 비릿함을 막는 방법은 오직 하나, 가을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일뿐. 아아, 가을! 오소소 소름 돋도록 청명한 가을!
4
삼시세끼는 왜 그리 자주 닥치는지… 냄새가 맡기 싫어지니 식욕이 줄고, 양껏 먹지 못하니 숟가락을 놓는 순간 허기가 몰려든다. 비린내를 몰아내고 한여름의 열기를 식혀줄 시원한 물냉면이라도 한 대접 먹었으면. 잘하는 집을 찾으려면 제주시나 서귀포시까지 나가야 하니 아쉬운 대로 모슬포에서 파릇파릇한 채소를 사다가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야겠다. 빨간 파프리카, 노란 파프리카, 녹색의 브로콜리와 오이, 그리고 토마토와 사과. 알록달록한 색과 신맛만 떠올려도 입에 쓰읍~ 침이 고인다. 푸른 채소로 7월, 8월을 잘 견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