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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in Yun Nov 25. 2019

삶_내가 호주에 오고 처음 해 본 세 가지 경험

호주 생활

 나는 서울서 태어나 서울에서 인생 전부를 보냈다. 물론 대학을 수원으로 가서 인생의 몇 프로는 거기서 보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나의 호주에서의 삶은 한국에서의 삶 과는 다른 듯 비슷하고 비슷한 듯 다르. 서울에서는 아파트나 주택에 주로 살면서 주말에는 친구들과 맛집을 칮아더니기만 하던 내가 호주에 오고 인생 처음으로 경험해 본 것들을 생각해봤다.

 1. 가드닝

 앞서 언급했듯이 내게 있어 가장 달라진 점은 바로 정원을 가꾸는 일이었다. 한 번도 정원을 가져본 적도 없고 일회성이 아닌 꾸준히 작물을 기른다는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물론 아직 많이 모자라 그의 도움을 많이 받지만 여기 와서 내 손으로 레몬 나무도 심고 허브도 기르고 감자도 심어봤다. 뜯어도 뜯어도 자라는 잡초 뽑기는 분명 재미없지만 잘 정돈 된 정원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는 그의 말이 아주 가끔은 이해가 될 것도 같다.


 2. 애완동물

 나에게는 언니 한 명이 있는데 언니는 동물 털 알레르기가 있어 우리 집에서는 한 번도 애완동물을 길러 본 적이 없다. 반면 고양이 두 마리와 개 한 마리와 함께 자란 그는 언제나 뉴질랜드에 두고 온 고양이들과 무지개다리를 건넌 개를 그리워했다. 늘 꿈만 가지고 있다 메튜가 이직을 하고 시간적 여유가 좀 생기고 고양이 한 마리를 처음 입양하고 몇 달 있다 그 도도하지만 보드라운 털 뭉치에 빠져 두 번째 고양이를 입양했다. 그리고 올 초에 아파트에서 하우스로 이사하면서 강아지를 입양했다. 이렇게 지금은 한 지붕 아래 인간 집사 2명과 겁이 무척 많지만 애교가 많은 렉돌 고양이 Harry, 그루밍을 좋아하는 새침한 도메스틱 숏헤어 Coco, 사람을 좋아하고 친화력이  너무 좋은 bull arab Molly가 동고동락 중이다. 호주의 좋은 점 중 하나가 공원들이 많다는 것인데 요즘 날씨가 너무 좋아 같이 산책을 나가면 나까지 덩달아 봄바람에 신이 나곤 한다.


 3. 캠핑카 여행

 나는 여행은 짧게 가더라도 돈에 제약받지 않고 먹고 싶은 거 맘껏 먹을 수 있는 비교적 편한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라 이제까지는 국내 여행을 가던 해외여행을 가던 펜션이나 호텔 또는 백패커를 예약해서 여행을 다녔다. 물론 이에는 면허가 없는 나의 현실도 한몫을 했다. 그러다 보니  대학 때 다들 한번 가본다는 유럽 배낭여행도 가 본 적이 없다. 배낭여행이란 원래 많은 제약이 따르는 법이니까. 하여튼 그러다 호주에 오고 나서 여기저기서 호주가 캠핑카로 여행하기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도로도 넗고 캠핑사이트도 많고 캠핑차 렌트도 종류가 많고 쉽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면허가 없던 나에게는 꿈도 꿀 수 없던 일이었는데 그를 만나고 같이 그의 고향, 뉴질랜드를 방문하면서 캠핑카 여행을 경험하게 되었다. 물론 호주에서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호주 오고 나서 가장 처음 한 캠핑여행이었다. 내 생각에는 뉴질랜드가 호주와 비교해서 다른 점은 뉴질랜드는 작은 도시의 경우 여전히 비포장인 도로들이 있다는 것, 산이 많아 산을 넘어가는 도로의 경우 급경사 등의 위험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 외에는 비슷한 것 같다. 우리가 선택한 캠핑카는 화장실과 샤워실이 구비되어 있었는데 둘 다 화장실 사용 후 청소가 꺼려져 항상 외부 시설을 이용했고, 샤워는 물수압이 약해서 2주 여행 기간 동안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차 안에 작은 싱크와 인덕션 하나가 있었는데 상황이 열악하다 보니 요리는 최대한 간편한 음식으로 만들어 먹었다. 그 외에는 침대는 2주 쓰는 동안은 큰 문제가 없었고 내가 운전을 안 해서 운전하다 어려운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경험은 양이 사람보다 많은 나라인 만큼 어느 산간 도로에서 식사하러 가는 양들을 뒤에서 기다린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절대 보지도 듣지도 못한 광경이었다. 언젠가 한 번은 꼭 캠핑카로 울룰루를 가 보고 싶다. 말로만 듣던 아웃백도 지나가 보고 울룰루 근처에서 야영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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