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여, 축사 下

by 예이린

축사는 꼭 두 사람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했다.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야기를 담아도 좋겠다는 것도 상희언니의 의견이었다. 덕분에 두 분의 날들을 결혼이라는 시각에서 처음 돌이켜 보았다. 욕실에서 씻다가 등을 밀어달라며 남편을 부르던 할머니, 몇 걸음 떨어져 걸으면서도 아내 가방을 손에 꼭 쥐고 있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수많은 장면 중 가장 일상적이고 반복적이었던 사랑을 축사에 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결혼생활에 관해 한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결혼을 한 적도, 사랑하는 사람과 한집에 살아본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축사를 준비하며 일곱 살부터 함께 살았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결혼생활을 떠올렸습니다. 사실 두 분은 주름이 가득한 나이에도 종종 옥신각신하셨는데요. 그렇지만 두 분이 서로를 지극히 생각하는 건 어린 제 눈에도 선명히 보였습니다. 혼자 계실 때는 끼니를 때우듯 대충 드셔도 서로의 식사는 살뜰히 챙겼기 때문입니다.


하루는 할머니와 의견이 맞지 않아 마음이 상한 할아버지께서 산책하러 나가셨는데 얼마 안 가 할머니께서 전화하셨습니다. “밥 때 됐으니 오이소!” 그러셨지요. 할아버지는 이내 돌아오셨고 두 분은 서로의 앞에 맛있는 반찬을 밀어서 옮기며 식사하셨습니다. 그 소박한 손짓이 화려하지 않더라도 참 인상 깊었습니다. 그게 제가 아는 가장 오랜 사랑이고, 진정성 있는 연대였습니다.


오늘로 부부가 되는 상희언니와 동규오빠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부디 저희 할아버지와 할머니만큼은 다투지 않기를요. 하지만 혹여 마음이 상하더라도 서로의 식사는 꼭 챙겨주기를요. 그렇게 두 사람의 나날들이 조금 더 건강하고 튼튼하기를 소망해 봅니다. 온 마음 다해 축하합니다. 그리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부분을 보냈을 때 답장이 이렇게 왔다. “다퉈도 끼니는 서로 꼭 챙기는 부부가 될게. 서로의 밥을 챙기는 것이 하나의 따스한 화해 방법이었던 것 같아.” 사진도 함께 왔다. 장을 봤는지 식재료가 가득했다. 몸이 피곤한 날이라 오빠는 구태여 안 해도 된다고 하는데, 평일에 주로 밖에서 먹거나 간편식을 먹는 게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웃긴 건 언니의 요리는 맛이 없다고, 그날의 제육볶음은 지나치게 달다고 했다.


무던한 남자와 정성스러운 여자의 싸움을 상상해 본다. 한 사람은 거실에 머무르는 동안 다른 이는 방으로 들어가 버리려나. 그러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어, 또 저녁을 차릴 때가 되어 밥 이야기로 말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제육볶음을 먹어보라는 손짓에 어느새 마음이 풀려버리면 좋겠다. 오랜 세월을 그리 살았던 나의 사랑스러운 노부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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