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30
기희와의 점심이었다. 정성스레 메뉴를 알려주고, 먼저 가서 줄을 기다리고, 내가 계산할까 몸으로 막아섰다. 말에 서두름이 없고, 대화에는 약간의 여백이 있었다. 먹는 동안 기희와 있는 게 편안하고 잔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에 대해 진솔한 마음을 꾸밈 없이, 가감 없이 말했다. 우리는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기에, 로비에서 헤어지는데, 그때쯤 "기운 차리시고."하며 어깨에 두 손을 올렸다. 사람이 참, 밀크티 같다. 부드럽고 좋다. 아, 대화 중에 잠깐 내 글을 읽으며 느낀 바를 물었는데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답했다. 그리고 글이 예쁘다고. 자신은 글을 읽는 것도 마음을 먹고 해야 하는데, 아는 사람이 그렇게 글을 써내려간다는 게 신기했다고. 또 자기가 한 행동은 의식 없이 한 것인데, 문장 속에 담기니 다르게 보였다고. 몸에 베인 상냥함, 배려심들은 사실 자신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건지. 앞으로도 그런 사람들의, 그런 것을 어울리는 단어에 담아 간직할 수 있게 해주는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