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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이

20251227

by 예이린

보고 싶었던 연아를 만났다. 최근 몇 개월 사람들과 연애 이야기를 하다 보면 두 사람의 연애와 결혼이야기가 떠올랐다. 한참 어렸던 그때의 연아에게도 사람들의 말, 말, 말이 있었다. 연인이 세상의 기준으로부로부터 괴로움을 느낄 때면 늘 말했다고 했다. 일찍 일해보니 크게 좋은 거 없다고, 어차피 평생 일해야 한다고, 한 두 살 늦게 시작하면 어떠냐고, 몇 천 더 모으는 거 중요하지 않다고, 크게 다른 거 없다고. 세상이 흠이라고 할 것 같아 작아지는 이에게 그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이 아이. 눈물이 고였다. 아마 자신에게도 그래줄 수 있겠구나, 하는 안심과, 나도 내게 그래줄 수 있어야 타인에게도 그렇겠다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가는 길과 많이 달랐다. 내 자리를 지키며 나답게 살다보니 이런 친구와 연이 닿아 있었다. 살아갈 힘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아마 한동안 듣게 되던 세상의 이야기를 멀리 하겠구나, 생각했다. 실용서는 될 수 있지만, 한 사람을 바로세우는 철학서는 되기 어려운 것이었음을 이제야 알았다. 만남이 건네준 것이기에, 요즘은 귀찮은 게 많지만, 그래도 전시를, 영화를, 사람을, 정보를, 또 세상을 바라보고 경험해야지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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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이린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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