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 않은 이야기
8시 50분, 편의점을 갈지 말지 두 번 고민했다. '아, J가 컵라면 하나 더 챙겨온다 할 때 받을 걸!' 그래도 얼른 계산하고 가면 9시 전에는 도착할 듯 했다. 컵라면 코너에 가 오랜만에 왕뚜껑을 집어들고, 온통 빨간 삼각김밥들 사이에서 계란장조림을 겨우 찾았다. 빨간색에 빨간색은 아니니까.
"봉지 하나 주세요."
"..."
뭐라고 말씀하시는데, 에어팟 프로의 노이즈 캔슬링 설정이 되어 있어 들리지 않았다. 자연스레 왼손으로 에어팟을 빼던 찰나, 손이 건조해서 놓쳐버렸다. 땅에 퉁 떨어지는 듯 했는데 보이지 않았다.
"카드 빼세요."
"아, 네. 저 근데 물건이 아래로 떨어진 것 같아요."
계산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이어졌고, 에어팟 한쪽 찾으랴 결제한 물건을 봉지에 넣으랴 정신이 없었다. 남자 사장님께서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아내를 불러 플라스틱으로 계산대 아래를 슥슥 밀어보게 하셨다. 나오지 않았다.
"조금 한가한 시간에 와요, 아가씨"
"그래요, 여기서 떨어졌으면 여기 있을 테니 걱정 말고 나중에 와요."
이러다 지각하겠다 싶어 우선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마음이 불편했다. 못 찾으면 어떡하나, 어디 있는 걸까 걱정하면서 종종걸음으로 사원증을 찍었다. 아침 정리를 하고 메일함을 확인하는데 마음은 책상 앞에 붙어 있지를 않았다.
결국, "대리님, 저 1층에 좀 내려갔다 올게요. 잃어버린 게 있어서요."
편의점으로 다시 가는 길에도 계속 안 좋은 생각만 들었다. 이미 혼자 중고 사이트에서 한쪽 유닛만 팔지 않는지 검색도 한 뒤였다. 9시 20분, 출근하는 사람 좀 빠졌겠지, 라는 생각은 웬걸.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우수수 내렸고, 아침을 챙기지 못한 사람들이 편의점으로 모였다.
잠시 편의점 앞에 서 있다가 쭈뼛쭈뼛 들어갔다.
"저, 제가 좀 찾아봐도 될까요?"
"그래요, 여기 짐 두고 해요."
여자 사장님은 계산대 안쪽에 내 핸드폰과 사원증을 두게 해주셨다. 손님들은 납작한 플라스틱 들고 계산대와 바닥의 틈을 쓰는 나를 쳐다보았다. 플라스틱으로 한 번 쓱 지나가니 먼지와 봉지 조각, 오백원짜리 동전까지 나왔다. 하지만 나의 왼쪽 유닛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왔을 때 보이지 않던 아저시께서 어디선가 오셔서는 본인이 해보시겠다며 플라스틱 건네 받으셨다.
"아가씨 나중에 한가할 때 올래요?"
"아니야, 내가 손님 피해서 한 번 해볼게, 여보"
그렇게 아저씨는 플라스틱으로 바닥을 쓸어보고, 손님들이 불편할까봐 먼지같은 게 나오면 빗자루로 치우면서 하셨다. 그렇게 몇 번을 해도 나오지 않자 반대쪽도 해보셨다.
"여기 선반에는 봤어요? 사탕 위로 떨어진 거 아닌가."
아저씨 말에 처음으로 선반을 보았다. 첫 번재 코너에는 없고... 어랏, 두 번째 코너 사탕 봉지 사이에 에어팟이 있었다! 으아아 안도의 한숨. 마음이 놓였다. 내가 찾을 것을 보고 두 분은 '그럼 그렇지'의 어투로 말씀을 나누셨다.
"저번에도 아무리 찾아도 없더니 그런 데 있었잖아."
"그래, 그랬었지!"
나는 너무 감사해서 포도 쥬스를 두개 꺼내들고 계산을 하려고 했다.
"너무 감사해서 어떡해요. 뭐 좋아하시는 거 없으세요? 뭐라도 사드리고 싶어요."
"아유 아니에요, 내려놔."
"그래요, 찾아서 다행이야, 하하"
출근 시간, 사람들이 가득한 광화문역 편의점이었다. 지친 기색이 엿보이는 직장인 손님들이 줄을 서 있었다. 나라면 아무런 관련도 없는 한 사람의, 또 아무런 상관 없는 물건을 찾기 위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나는 사실 그러지 못했을 것 같다.
여유로울 때는 누구나 친절할 수 있다. 하지만 어수선하고 바쁠 때 사람은 누구나 예민해진다. 내게는 중요한 물건이었고, 피곤한 몸으로 갑자기 무언가를 잃어버려 서러웠다. 그런 상황에서 사장님의 따뜻한 목소리가 마음을 다독였다.
이런 건 당연하지 않은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두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