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졌다가

20250716

by 예이린

내가 삐졌었구나, 출근길에 문득 든 생각이다. 은근하게 삐져 있다가 스르륵 풀린 나를 발견한 것 느낌이었다. ‘타인의 소리를 듣느라, 눈치를 보느라, 나를 꾸짖어서, 먼저 챙기고 다독이지 않아서,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묻지 않고, 그 자유를 앗아가서, 내면에서 말하고 있는데 들어주려 하지 않아서, 자꾸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 불안감을 얹고 또 더해서.’ 그 섭섭함은 약속을 줄이고, 일정을 비워두고, 집을 단정히 하고, 과일을 먹고, 좋았던 공간에 가고, 궁금하던 곳을 예약하고, 인상 깊은 영화를 다시 예매하자 풀어졌다. 비교하고 혐오하기 딱 좋은 세상이니, 내가 만든 세상에서 충분히 쉬어갈 수 있게, 나를 살펴야겠다. 그 마음으로 타인도 비라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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