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보다 더,

20251204

by 예이린

요즘은 약속을 잘 잡지 않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계산에 조금 더 관대해졌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좋은 내가 기꺼이 누군가와 만나기로 했다면, 그 사람에게 쓰는 값은 아깝지 않아졌다. 그런데 그 너그러운 마음이 조금 오버스러운 행동을 가져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동은 언제나 자연스러울 때 가장 좋은 것인가 보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번째 장소에서 차를 마시는 시간이 무척 낭만적이고 편안해서,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화려한 것들이 더해지지 않아도, 뱅쇼와 맥주, 곶감말이로 그토록 마음이 충만해졌던 오늘 밤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내가 좋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나는 이렇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타인도 그저 알아갈 뿐이다. 너는 그렇구나, 하면서. '조용한 만족감'이라고 정리하게 되었다. 과하거나 떠들썩하지 않고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만든 감정이 아닌, 그저 내 안에서 잔잔하게, 둥글게 퍼져간다. 소리도 없고, 색도 과하지 않고, 그저 차분히 곁에 머문다. 언젠가 정말 오래도록 그리워할 특별하고, 평온한 변화의 시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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