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1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야근을 했다. 겨울, 광화문의 저녁 풍경은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따뜻한 음식과 술을 한 잔 기울이는 장면으로 차 있었다. 늘 그렇듯 저녁을 먹기 위해 찾는 곳은 정해져 있고, 몇 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식당의 보쌈 정식도 여전했다. 환기되는 느낌이 들었다. 늘 같은 시간에 같은 행동을 하는 게 알게 모르게 내 생각을 좁게 만든다고 느꼈는데, 최근에도 그랬나 보다. 새로운 이메일에 주의가 분산되지 않고 집중하여 업무하는 동안 스트레스는 쌓이기보다 풀렸다.
집에 돌아와서는 새로운 옷을 오래도록 품을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다른 것은 잊은 채로. 그 시간도 그런대로 좋았다. 평일의 후반부가 되었고 머릿속에는 이런 저런 생각이 흘러갔다. '주말에는 니트에 보풀을 제거하고, 세탁소에 들러 필요한 수선을 해야겠다', '가능하면 작은 수납함을 사서 서랍을 정리해야지. 그러면 다음주는 출근하고 운동하는 동선이 훨씬 말끔해지겠지?' 그리다 보니, 이게 뭐라고, 내 조그마한 일상을 단정히 유지하는 게 그렇게 설렜다. 어느새 그 설렘이 타인과 교류하는 재미만큼이나 커져서 조용한 만족감이 자꾸 차올랐다. 만남이 내 삶 위에 '예쁘게 얹힌다'는 표현도 달콤했다.
나는 이제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지 않다. 그냥 나이고 싶다. 그러자, 자주 요동 치던 내면이 평온하고, 잔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