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2
약속을 잘 잡지 않는데, 연락이 오자마자 응했다. 세은님의 고민을 들어주는 듯했지만, 흩어지던 조각이 모여 나의 경험이 신념으로 자리 잡았다. 모두 각자의 세계에서 어떠한 편견과 압박을 받아, 어쩌면 한 발자국만 나가면 의미 없을 것들에 짓눌리고 의심하며 겁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걸 반복해서 보다 보니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 돌멩이에도 의문을 둘 수 있어진다. 사랑스러운 사람의 소담스러운 선물. 어떻게 이런 걸 생각하고, 만들고, 건네는지. 요즘 자꾸 받기만 하는 것 같다. 미모사는 어떤 꽃인지 찾아보고 싶어졌고, 이 골목의 공간들을 또 언젠가 찾겠구나,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었다. 한참 후에 그 의미가 더해지기도, 전해지기도 한다. 시간이 드는 것에 시간이 든다고 투덜거리지 않으면, 소중한 것들이 잔잔히 찾아드는 법이다.
아지트에 갔다. 잊을 만하면 그리워지는 곳, 회사에서 가깝고 너무 붐비지 않아 닿는 게 어렵지 않은 공간이다. 환기되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며 시간이 꽤나 쌓였다. 출근하여 언제든 금세 찾을 수 있는 이곳이 고맙다.
'예인이 어른스럽네.' 언니의 톡이었다. 나는 이유를 물었고, 들었다. 그 말이, 언니의 시선이 좋았다. 나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그래,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모든 게 바뀔 뿐이었다. 그 시선 안에서 나는 부드러워졌다. 다만, 저녁에 알게 되었다. 그게 나의 감정 처리 방식뿐이라는 것을. 그간 '의미를 부여한다', '미화한다', '좋게 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이면이 보이지 않았는데 미움이나 분노보다 이해하고 의미를 찾고, 거리를 두는 게 나에게 더 쉬워서 그랬음을 깨달았다. 근데 한 번 딱 겪어내면 다음은 금세 알아차렸으니, 더 세련된 인지와 대처를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