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멋있었어"

늦은 진심

by 예이린

그 사람은 참 멋있었다. 회사생활도, 무던히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도, 변함없이 루틴을 지키고 해야 하는 일을 해내는 일상도, 뭐든 잘 알아보고 익히는 것도 모두 멋있었다. 균형 있게 삶을 일구어가고 있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아서 믿음직했다. 의지하는 마음도 생겼다.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일구어나가느라 쉽지 않았을텐데 주변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이 지닌 것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 모습이 참 예뻤다.


근데 그 사람을 사귈 때는 이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회사에 다니고 있는 그와 가까이 있으며 연봉과 복지를 자연스레 알게 되었고, 알게 모르게 비교했다. 그가 이룬 것을 보며 '내가 이 사람의 나이가 되면 이 정도를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초라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말하는 방법 대신 더 대단한데도 겸손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는 그러지 못하다고 치부했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성인군자 같기를 바라며 완벽한 잣대를 들이밀었다.


정말 멋있었어


여름의 초입에 이별한 그에게 늦가을에 용기를 내어 못했던 이야기를 전했다. 내 삶에서 풀어내지 못했던 무언가에 대한 답답함이 날이 선 방식으로 부풀려져 화살을 돌렸던 것에 대한 미안함도 전했다. 그는 내게서 이런 말을 들을 줄 몰랐다며, 상처받은 기억을 말해주었다. 속상함과 어려움을 화라는 감정으로 드러내는 내 곁에서 많이 힘들었을 그가 보였다.


사랑했으니까


그에게서 이 말을 듣고 한참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많이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서 때로는 내가 참 얕게 느껴지곤 했던 사람이라 그 말의 무게가 마음을 잡아두었다. 사랑한다는 단어에 늘 의구심이 많았던 나도 그에게 사랑했었다고 말했고, 참아온 울음이 전화 너머로 들려왔다. 그제야 진짜 이별을 한 것 같았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메시지가 와 있었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쓸 거라고. 가끔 글을 쓰기 힘들 때도 있겠지만, 그럴 떄는 푹 쉬며 오래오래 글을 써주면 좋겠다고. 응원한다고 했다. 내 글을 가장 가까이서 봐준 사람이었기에 정말 행복했다. 멋있는 사람에게서 받은 응원이 오래오래 내게 힘을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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