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소중한 친구가 있는데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참 많은 친구에요.
여행 가 있던 어느 날, 갑자가 전화가 와서 제 이름을 부르며 엄청 울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나 수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그 친구는 그런 적이 없었기에 많이 놀랐지요.
힘든 일이 있으면 혼자 견디고서, 며칠 뒤에 안부를 물으면 그제서야 털어놓곤 했답니다. 친구가 그렇게 힘들어하는지도 몰랐던 저는 속이 상했어요. 저는 힘들 때면 당장 친구에게 전화해 울며 말했고, 그 친구는 따뜻한 이야기로 저를 생긋 웃게 만들어주곤 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막상 처음으로 울며 전화왔던 그 날,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이 핑 돌아 한 마디 제대로 위로하지 못했습니다.
한참을 연락이 안 되던 친구는 늦은 시간 이제 조금 괜찮아졌다며 저밖에 생각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처음으로 힘든 시간을 혼자 견디려 하지 않고 전화라도 했던 친구에게 고맙고, 하필 내가 달려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소중히 여기던 사람과의 어떠한 일로 인해 눈물을 흘렸던 친구의 사연을 메신저로 들으며 사실 그 감정의 깊이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경험해본 적 없는 것이었으니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슷한 상황에서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느껴본 적 없는 그 감정의 깊이에 함부로 제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내가 들어줄 수 있고 너는 얘기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하다가, 그래도 마지막에 한 마디 할 수 있었습니다.
"세월은 또 너를 어디론가 데려다줄거야."
우리 다들 정말 힘든 날을 맞을 때가 있잖아요. 브로콜리너마저 노래처럼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그런 날들이요. 마치 인생의 무엇인가를 정말 망쳐버린 것 같은 날, 내가 서 있는 이곳이 현실이라 너무 아픈 날. 그렇지만 세월은 또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다주지 않을까요. 그러니 그런 날들에 우리 모두 조금만 덜 아프기를. 아프겠지만 조금만 덜하기를.
_세월은 또 나를 어디로 데려다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