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4
연수언니 팔에 멍이 들어 있었다. 모두 같은 동작을 하는데 유독 심했다. 마음이 쓰였는데, 조금 망설여졌다. 챙기고 싶은 걸 다 챙기다 보면 어느새 가계부의 '챙김' 항목이 너무 높아져 있어 잠시 멈추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주고 싶었는데 연습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약국이 열려 있었고, 운 좋게 둘이 남을 타이밍이 있었다. 들어가서 계산하고 언니꺼라고 줬는데, 뒷모습을 몰래 찍어둔 언니. 헤어질 때 연고를 든 손을 내내 흔들더니, 다 써도 통을 버리지 않겠다고 하는 게 너무 귀여웠다. 너무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는 정말 왕부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사람들, 내 마음만큼 망설이지 않고 챙길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