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기작 Feb 10. 2021

다소 지겨울 수 있지만 즐거운 책상 쇼핑 여정

본인만 진지한 집착의 끝판왕


'책상을 사야겠다'


내가 쇼핑에 이렇게 비장한 마음을 먹는 날이 오다니

깃털보다 가볍고 갈대보다 유연하던 내 소비욕구가 돌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막상 마음은 먹었지만, 다음 스텝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그래서 일단 방바닥에 드러누워 최근 독립한 친구들이 추천한 자취 인테리어 소품 어플을 켰다.

그리고 사람들이 올린 자취방 사진을 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내 방 꾸미기부터 자취방, 원룸, 30평 이상 아파트까지 다양한 공간을 빼곡하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민 사진들은 멋진 카탈로그를 보는 느낌이었다. 인테리어 완성샷은 그 공간이 생긴 그 순간부터 완벽했던 것처럼 보였고, 지금과는 180도 다른 비포 사진은 마법사가 마법을 부린 듯 너무 달라서 지금의 완벽한 모습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세상은 넓고 센스 있는 사람들은 어찌나 많은지, 거의 무의식 상태에서 하나하나 넘겨보며 사진을 눈에 담았다. 담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시각적 멋짐은 바로 인식됐지만 머릿속까지 들어오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멋진 사진 들일뿐 내 머릿속에서 어떻게 해야겠다는 계획은 전혀 세워지지 않았다.

마치 주식 하한가 창을 바라볼 때 같은 느낌이었달까.


파란 화면을 계속 보다 보니 멀미가 나는 것 같아서 의미 없는 아이쇼핑을 멈추고 어플을 껐다.

그러고 보니 내 오래된 방이 한층 더 너저분하고 누추해 보였다.


'그냥 적당히 살까... 어차피 안 될 거 같은데...'


이상이 너무 높으면 포기도 쉬워진다. 본성대로 방바닥에 녹아들며 방구석 귀찮아 귀신으로 변해가다 문득 다시 정신이 들었다. 이래서야 예전과 조금도 다를 것 없지 않은가


일단 움직여야 잡생각이 사라지겠다 싶어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우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한 것이다

눈앞에 책상을 치우는 일이었다.


눈 앞에 책상이 계속 보이면 마음도 약하지고(?)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면 나도 모르는 새에 마음을 바꿔버릴 가능성이 높았다. 방금 전도 그렇지 않았던가.

누군가 그랬지 않은가 사람을 바꾸고 싶으면 환경을 바꾸라고.

귀찮아를 입에 달고 사는 나를 바꾸려면 어떻게든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을 만드는 것이 현명했다. 나와 책상을 분리하는 것이 시급했던 것이다.


그 시기는 내가 일하던 프로그램으로 한참 바쁜 시기였다.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와 촬영장에서 보냈기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적었고, 집에 있는 날은 컴퓨터는 꼴도 보기 싫어서 책상 앞에 앉아있는 일이 드물던 때였다. 그 말은 즉 책상 없이 견딜 수 있는 시기였고, 일을 해야 할 땐 지금껏 그래 왔듯 적당히 집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비빌 여유가 됐단 뜻이다.


내 방에서 책상을 치우는 일은 책상을 사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일단 내가 정할 수 있는 옵션은 딱 두 가지였다.

버리거나, 옮기거나.


버리는 일은 쉽다. 무겁고 고생스럽긴 해도 어떻게 어찌어찌 들고 내려가서 재활용 쪽에 두고 스티커를 사 와서 붙이면 끝이다. 가구 수거 업체를 부를 수도 있는 거고.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려서 싼 가격에 팔 수도 있는 거고(수요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하지만 이 옵션은 말이 나옴과 동시에 기각됐다.

책상의 대주주, 실질적 주인은 부모님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정작 책상은 안 쓰면서 멀쩡한 물건을 왜 버리냐, 나무가 이렇게 좋은데, 네가 보는 건 질이 안 좋다 등등 부모님은 네거티브 공방을 펼치며 내 의견을 단숨에 묵살했다. 사실 부모님 돈이 100% 들어간 물건이니 나에게 결정권이 없긴 했다.


이 상황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는 [옮기는 것]이었다.


방에 비해 책상이 너무 크고 나는 이 정도 사이즈의 가구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다행히 부모님은 내 요청을 수락했다. 그리고 본인들의 방을 정리해 공간을 만든 후 책상을 옮기기로 하셨다. 가끔 엄마가 성경을 쓰거나 기도할 때 제외하곤 쓰지도 않으면서 못 버리고 쥐고 사냐고 구시렁댔지만, 부모님은 분주하게 집 정리를 했고 며칠 후 내가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보니 책상이 있던 자리는 덩그러니 비워져 있었고, 어느새 부모님 방으로 포지션이 옮겨져 있었다. 매일 허리 아프다 어깨 아프다 하더니 어디서 그런 호랑이 힘이 났는지 의문이다.


책상 하나 빠졌을 뿐인데 과하게 넓고 휑해 보이는 것이, 내 방이지만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청소기를 밀고 걸레로 바닥을 닦으며 방 정리를 했다. 그리고 책상이 있었던 공간을 바라보는데 문득 '그냥 부모님 방의 책상을 쓰고 이 자리에는 침대를 들여놓을까?' 하는 유혹이 훅 들어왔다.


20년 간 침대를 썼지만 작은 방으로 옮긴 후에는 바닥에 이불을 깔고 생활하고 있었고,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던 터였다. 책상도 취하고 공간도 넓어지고 침대도 쓸 수 있는 1석 3조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잠시 생각했지만, 다행히(?) 그 마음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부모님 방의 물건을 셰어 하는 것은 내 독자적인 공간을 만들겠다는 스스로의 원칙에 위배됐다.


방을 정리하고 구석에 컴퓨터를 잘 보관해두고 다시 방바닥에 누워 쇼핑 어플을 켰다.

이제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책상이 필요한 상황이 되고 나니 마음 가짐이 조금 달라지는 것 같기도 했다.


뚜렷한 기준이 생기기 전이라 일단 눈에 보기에 예쁜 물건을 장바구니에 마구 담기 시작했다. 모아 두고 계속 걸러내다 보면 내 기준이 생기겠지 전략이었다. 막연히 갖고 싶은 책상의 이미지가 있긴 한데 그 느낌적인 느낌에 부합하면서 가격도 합리적이고, 방과의 어울림에도 문제가 없는 아이템을 찾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지갑 사정이 어떻든 장바구니는 신경 쓰지 않았고 실제로는 10만 원대 물건을 살 거여도 장바구니에 몇 백만 원어치를 넣어놓는다고 장바구니가 뭐라고 하지 않으니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장바구니에 담는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쇼핑을 한 것과 비슷한 만족감이 들었다.


그렇게 정리한 [내가 갖고 싶은 책상]의 조건은 이러했다.



1)책상 단품으로 책장이 없는 모델일 것

2)톤 다운된 나무로 만들어진 것 (옅은 색의 나무목, 흰색은 취향과 멀었다)

3)나무 외에 철제가 들어가는 부분이 없을 것

4)사이즈는 가로 120x 높이 70x 넓이 60 이하일 것 (기존 책상을 기준으로 미리 길이를 쟀다)

5)책상다리가 일자로 뻗은 것일 것 (유행 스타일이라며 다리가 대각선으로 뻗은 제품도 많았다)

6)의자가 들어가는 공간이 기존에 쓰던 의자가 들어갈만한 높이를 충족시킬 것

7)곧 백수가 될 예정이니 예산은 적정선에서 (원래 10만 원대였는데 결국 초과하게 된다)



한마디로 기본 of 기본 책상이 갖고 싶다는 뜻이었다.

여기에 빈티지한 것은 좋지만 올드한 것은 싫고, 모서리가 둥글게 처리된 것도 싫고, 온라인 집들이 사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형, 반달형 테이블은 잠시 혹했지만 실용성이 떨어진단 생각에 금방 마음을 접었다.


1차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캡처해서 사진을 여러 번 돌려보며 추리는 2차 과정을 가졌다. 그렇게 보다 보니 처음에는 괜찮다고 생각했던 조건 중 눈에 거슬리는 것이 생겼는데, 철제 다리였다. 상판과 똑같은 나무목은 괜찮았지만 차가운 철제로 된 책상은 상대적으로 마음이 덜 갔다.

다리가 철제형인 경우는 책상 아래 공간이 넓어서 활용도가 높은 경우가 많았지만, 내 방에 놓는다고 생각하면 영 내키지 않았다. 결국 고민 끝에 철제 다리 책상은 제외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넓이였다. 방은 작아도 어느 정도 넓이가 되는 책상을 사야 했던 것이 데스크탑을 올려놔야 했고, 작업할 때는 노트북과 동시에 켜 두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폭이 좁고 데스크탑용 선반을 올려놓을까도 생각했지만 군더더기가 하나 더해지는 것 같아 보류했다.


서랍은 가장 마음을 열어놓고(?) 봤던 분야인데 특별히 취향은 없지만 손잡이가 있거나 별도의 꾸밈이 들어간 경우에는 한두 개씩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래서 손잡이가 아랫부분에 숨겨진 제품으로 영역이 좁혔다.


이렇게 2차 관문을 통과한 책상들을 두고 다음으로는 사이즈 비교에 들어갔다.

과거에 쓰던 책상을 옮기기 전 사이즈 측정을 끝내 둔 상태였고, 가상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느 정도 원하는 크기를 생각해뒀다.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책상 중 그 기준에 너무 크거나 작지 않은지 상세 페이지와 후기를 살펴보기 시작했고 하나하나 제외해나갔다.

정말 마음에 드는 책상이 있었는데 내 방에 두기엔 너무 긴 그대라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 적도 있었다.


이 과정을 약 한 달 정도 거치고 나니 최종으로 마음에 들어온 책상은 4개.

그다음은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어떤 책상이 예쁜지 의견을 물어보았다. 내가 쓸 물건이니 타인의 의견을 굳이 들을 필요는 없지만 왠지 이쯤 오니 여론조사를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다 보면 한쪽으로 함몰되어 있던 내 생각도 전환이 되지 않을까 해서였다.


처음에는 흥미롭게 내 설문에 응해주던 지인들은 '빈티지한 책상이 갖고 싶어'라고 말하던 내가 A제품은 모서리가 너무 둥글어서 고민이고 B 제품은 상판 넓이가 좀 좁은 것 같다고 말하자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니 기준이 확고하면 왜 물어보냐는 말은 양반이었고 미친 사람처럼 책상 좀 그만 보라는 의견까지 들어왔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것 같지만 그때 지인들의 의견은 최종 선택을 내리는데 꽤 큰 도움을 주었다.


사실 책상을 한 달 정도 쳐다보며 고민하다 보니 머리가 아프다 못해 그 고통을 즐기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는데, 빨리 정신 차리고 현실에 맞춰 결정을 내리는 것이 현명하단 진리를 깨닫게 해 주었다.


그렇게 최종으로 한 책상을 사는 것으로 마음에 어느 정도 결정을 내렸다.

예산이 조금 오버됐지만 내가 막연히 생각하던 디자인에 가장 부합했고 필수로 생각했던 요건을 다 갖추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반응도 가장 좋았다. 나 같은 팔랑귀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어도 주변의 동의가 필수기 때문에 거의 결제 버튼을 누르기 직전까지 마음이 갔다.


이렇게 끝나면 좋으련만, 마지막 결정을 앞두고 난관에 부딪쳤다.

책상의 세트인 의자 문제였다.


내가 쓰는 의자는 동생이 쓰던 일명 사장님 의자였다. 게이밍 의자처럼 등받이가 길고 팔걸이도 있는 검은색 가죽의자로 방 사이즈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크고 높았다. 심지어 오래 쓰면서 팔걸이 쪽 인조가죽이 찢어지기까지 했다. 원래라면 책상과 함께 추방해야 마땅하지만 한 번 앉아보면 빨려 들어가는 것은 마성의 편안함에 도저히 포기 못하고 있던 차였다.


책상과 세트로 예쁜 나무 의자를 들여놓고 싶은 욕구도 있었지만 의자에 한 번 앉으며 오래 작업하기 때문에 불편한 의자는 갖고 싶지 않았다.


"너 그 의자 그대로 두면 니가 생각하는 감성 안 나온다?"


책상으로 학을 뗄 만큼 당해놓고 또 의자 여행기를 겪고 싶은 모양인지 조언을 해주는 친구에게 나는 단호하게 '의자는 바꾸지 않는다'라고 선언했다. 도저히 의자의 편안함을 포기할 수 없었고, 그래서 그 위에 천을 덮어두는 방법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집들이를 하다 이름 모를 센스 있는 분의 방 사진을 보고 얻은 영감인데, 의자를 덮을 만큼의 큰 천을 덮어두면 모양이 가려지면서 어느 정도 분위기를 해치지 않게 조화를 만들 수 있을 거란 판단이 든 것이다. 초록색을 좋아해서 채도가 낮은 초록색 천을 사서 씌울 생각이었는데 아직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지 못해서 발리에서 서핑할 때 썼던 페이즐리 무늬 천을 덮어두고 있다.


의자의 문제는 디자인이 아니었다. 높이였다.

의자를 책상 아래 공간에 쏙 놓어야 공간 활용이 좋아지는데 바퀴가 달린 의자는 아무리 높이를 낮춰도 낮아지지 않았고 75cm 이상의 높이를 요구했다.

그리고 내가 구매 직전까지 간 책상의 높이는 70cm 남짓. 아무리 의자를 구겨 넣으려고 해도 팔걸이 부분에서 걸릴게 분명했다.


팔걸이 부분만 잘라버릴까 싶었지만 깔끔하고 센스 있게 마감을 치는 능력이 내게 있을 리 만무했다.


이번에는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의자를 포기하든, 공간을 포기하든]


방이 10평쯤 되면 이런 고민도 안 할 텐데, 작다 못해 귀여운 방 사이즈에 다시 한번 좌절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회복이 빨랐다. 어차피 방 크기는 처음부터 똑같았고 책상 하나 사겠다고 지리멸렬한 시간을 거쳐오면서 스스로 허용 가능한 선과 아닌 선에 대한 판단이 빨라진 것이다.


물론 줄자로 의자 높이를 재고 바퀴를 빼는 방향부터 팔걸이 분리방법까지 안 알아본 건 아니지만 그거까지 적기 시작하면 정말 미친 사람 같아서 줄이고... 의자 처분에 대한 내 결정은 그대로 두자였다.


그대신 책상과 의자, 화장대로 쓰는 서랍장 위치를 정리해서 죽은 공간을 최소화하자는 것이었다.


내 방에는 화장대 겸용 서랍장이 있었는데, 3칸짜리 흰색 플라스틱 서랍장을 3개 붙여서 쓰고 있었다. 물론 이 서랍장도 내 의지로 산 물건이 아니라 버리고 싶었지만, 잔고가 좁으니 어느 정도 타협은 불가피했다. 최대한 물건들을 정리해서 3단 서랍장을 하나 줄이고 책상과 서랍장 사이에 의자를 넣어두면 만족스럽진 않아도 거슬리지 않게 공간 활용이 가능했다.


여기까지 결론이 이른 후 또 며칠간 좀 더 싼 가격에 사보겠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한 달 반 만에 결제를 끝냈다. 그리고 책상이 오기 전까지 버릴 물건을 추리고 버리고를 반복하며 기적적으로 서랍장을 한 칸 줄이는 데 성공했다.


주문하고 2주 뒤인 크리스마스이브에 책상을 받았을 때 마음은 생각보다 덤덤했다.

신형 핸드폰을 샀을 때보다, 갖고 싶은 옷을 샀을 때보다 감격이 컸다고 할 순 없고 새 물건을 샀던 여느 때처럼 적당히 기분 좋았다. 머릿속으로 수없이 그려본 시뮬레이션보다 실물로 보니 더 좋다고 생각하며 재고 따고 충분히 고민해서 산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느꼈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집에서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 앞에서 보내고 있다.

막상 생활해보니 서랍장과 책상 사이에 의자를 두니 불편하고 서랍장은 하나짜리보단 두 개 정도로 나눠져 있으면 더 활용하기 좋았겠다 등의 생각이 들지만 짜증이 나진 않는다.

다음에 쇼핑할 땐 동선이나 실용성을 좀 더 생각해보자는 기준이 하나 더 생길 뿐이다.


내가 머물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잘 선택했다는 만족감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오래 생각하고 세세한 기준을 가지고 선택하면 그 선택이 주는 어떤 경험이든 긍정적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장점은 더 커지고 단점은 생각지 못한 새로운 기준이 되어준다. 소비하고 그 후에 행방이 어떻게 됐는지 기억도 안 나는 수많은 물건들을 생각하면 충분한 고민이 주는 효과가 크구나 느낀다.


매일 쓰는 물건일수록, 눈길이 자주 닿는 물건일수록 예뻐야 하고 실용적인 면도 만족스러워야 한다.

물론 그런 물건을 얻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고민의 시간만큼 그 물건이 주는 만족감을 생각하면, 충분히 시간을 들여 고민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하는 물건에 자세한 기준을 세우고 그에 맞는 물건을 찾는 과정은 고통이라기보단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눈에 반한 물건을 사는 쾌감보단 초반의 강렬함은 약할 수 있지만 은은한 행복이 오래간다고 자부할 수 있다.

벼락처럼 번쩍이는 쾌감 대신 지루하지만 은은한 만족감에 익숙해져 가는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과연 지금을 놓치면 제대로 된 물건을 사는 날이 올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