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그림을 보는 눈은 어떻게 키우지?
큰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해요
주니어들은 성장하면서 "큰 그림을 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ㅋㅋㅋ
눈을 크게 뜨고 보라는 건가..
보통 업무 환경에서 큰 그림을 보라는 말은
'넓게, 그리고 멀리 보고 계획을 세우라'는 말과 비슷하게 쓰인다.
주니어 입장에서 들으면,
말 뜻은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아직 나도 주니어지만 스타트업 기획자로 성장하면서,
또, 기린이(기획+어린이)들에게 지침을 주는 과정에서
그놈의 큰 그림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나름 고민을 해봤다.
= 한 시야에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는 것
로드 뷰와 지도 뷰의 차이랄까?
로드 뷰에서는 당장 가야 할 길의 옵션만 보이지만,
지도 뷰에서는 목적지와 목적지까지의 길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
기획은 대부분 (why-)what-how 순서대로 이루어진다.
(why와 what은 밀접하게 엮여있다)
Why - 문제의 배경이 있고,
What - 배경을 고려해서 해결할 문제를 정의한다.
How -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다.
Why에서 How로 갈수록 더 좁고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거꾸로 How에서 Why로 갈수록 더 많은 배경, 이유, 목적, 현재 상황 등 많은 정보를 한 번에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앞단의 배경을 고려하여 더 단단한 How를 도출할 수 있게 된다.
① why부터 고민하고 전 과정을 거치면서 흔들리지 않도록 문제의 배경을 탄탄하게 만들 수 있다.
② why가 있으면 what을 정의하고 그에 맞는 how를 도출하여 실행할 수 있다.
③ what이 있으면 how를 도출하고 실행할 수 있다.
④ how가 도출된 후 그것을 실행할 수 있다.
아 물론 이 과정을 혼자 다 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해당 과정에서 유의미한 질문이나 인사이트를 통해
문제 해결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보통 주니어들은 ③ 혹은 ④의 단계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이미 정의된 문제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어서 "시야가 좁다"라고 표현한다.
① 혹은 ②의 단계에서 시작하는 경우
우리가 정의한 문제 외의 다른 옵션이나 상황, 이유 등
더 다양한 내용을 고려할 수 있고, "시야가 넓다"라고 표현한다.
아래 업무 예시에서 내가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를 보면
내가 어디까지 넓게 볼 수 있는가를 대충 알 수 있다.
1. 고객사에 메일을 쓸 때
Why - 고객사와의 현재 관계는 어떻고,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떠한가? 등
What - 어떤 메시지를 던질까?
How - 말투를 어떻게 쓸까?
2. 페이스북 광고를 운영할 때
Why - 우리 제품은 어떤 것인가, 어떤 단계에 있는가, 왜 광고를 운영해야 하는가? 등
What -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질까?
How - 광고 콘텐츠 디자인을 어떻게 할까?
큰 그림이 뭔지 본인의 업무에 빗대어서
구체적으로 이해했다면 방법은 쉽다.
: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질문을 잘 던지고 답을 찾는 것!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러려면 두 가지 축에서 역량 혹은 경험을 쌓아야 하는 것 같다.
1. 같은 선상에 있는 여러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하기
2. 더 멀리, 더 많은 것을 조망하고 의사 결정하기
경험적으로 보면, 구체적으로 이런 것들을 하면 되는 것 같다.
1. 같은 선상에 있는 여러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하기
1) 같은 주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기
아주 작은 것이라도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1) 무엇이든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2) 어떤 대상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내가 어떤 일을 할 때에도 다양한 관점을 고려할 수 있다.
예시: 솔직한 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솔직한 팀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러 책이나 글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간접 경험한다. 그리고 다양한 관점을 취합하여 우리 상황에 맞는 정의를 세운다.
2) 나와 근접해있는 이해관계부터 이해하기
일을 할 때 나만 고려하는 게 아니라 일에 기여하는 더 많은 사람과 넓은 이해관계를 볼 수 있다.
예시: 제품 기획자라면, 수평적으로는 제품 개발자, 제품 디자이너와의 이해관계(각자의 역량, 일정, 이해도 등), 수직적으로는 제품 비전을 고민하는 C레벨과의 이해관계 등을 고려하여 제품을 기획한다.
3) 비어있는 부분 찾아서 채우기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인지하고 그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행해보면, 내가 할 수 있고 볼 수 있는 범위를 더 넓힐 수 있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에서 맵의 시야를 넓히는 것과 같다ㅋ)
예시: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쭉 경험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이를 빠르게 경험할 수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경험 후에 미리 특정 단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예측하고 고려할 수 있게 되었다.
2. 더 멀리, 더 많은 것을 조망하고 의사 결정하는 것
2는 사실 나도 아직 잘 모른다. 더 시간과 경험이 누적되어야 얻어질 것 같다.
지금까지 내 수준에서 느낀 것들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1) 같은 주제에 대해 다른 도메인에서 힌트를 얻기
1의 1)에서는 같은 도메인 내의 다양한 관점을 경험했다면, 더 멀리 추상적인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다른 도메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본질은 연결하고 인사이트를 얻는 역량이 필요한 것 같다.
2) 메가 트렌드를 체득하기
특정 도메인에 대한 정보를 오랜 시간 많이 축적하고 인사이트를 얻는다. 이를 통해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눈이 길러진다.
1의 1)이 꾸준히 오랜 시간이 누적되면 얻어지는 것 같다.
3) 미리 그 길을 걸어본 사람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기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아도 아는 게 아닌 것들이 있다. 이런 것들은 미리 그 길을 걸어본 사람들을 통해 간접 경험해서 힌트를 얻는 것이 가성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최근에 내가 무심코 큰 그림 얘기를 많이 했는지
기린이가 본인의 기획안을 설명하고는 끝에 이런 질문을 했다.
이거 큰 그림 본 거 맞나요?
너무 귀여워서 빵 터졌다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당시 기린이는 본인의 단계에서 그릴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왔던 것 같다.
무조건 큰 그림을 보는 게 좋다기보다는
본인의 위치에서 조금 더 큰 그림을 보는 정도가 딱 좋은 것 같다.
여전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지금'의 내가 느끼는 큰 그림이란 이런 것이다.
어떤 경험을 얼마나 많이 쌓았는가에 따라
본인이 바라보는 큰 그림도 달라진다.
미래의 나는 더더더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