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돌아보면 (얻은 것에 비해) 별거 아니다"
정신없이 일하고 성장하고 속상해하고 바둥거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면 그때가 수확의 시기다.
그 순간은 우연적이면서도 필연적으로 온다.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오는 시기이기도 하고
그냥 우연히 시기가 맞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마침 수확의 계절인 가을에
수확의 시기가 찾아와서 타이밍이 더 좋았다.
가을 하늘과 함께하니 더 평온한 느낌.
수확의 시기에는 자연스럽게 동기가 생기고
지금까지의 나를 너그럽게 돌아볼 수 있게 된다.
'나중에 돌아보면 별거 아니다'라는 말과도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다.
나중에 돌아보면 나의 모든 경험이
화학적 결합을 통해 현재의 나를 구성한다는 걸 느끼고,
그래서 힘들었던 기억에 비해 훨씬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나중에 돌아보면 (얻은 것에 비해) 별거 아니다'
어제 팀원이 공유해준 프릳츠 대표 인터뷰를 보다가
이 말이 와 닿았다.
'일이 힘드니까 일의 정의를 찾는 거예요.
원래는 그냥 재밌어서 했던 건데..'
그런 순간을 나도 바로 얼마 전에 겪은 것 같다.
나의 역할, 일, 존재 이유 등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때 많이 힘들었지.
힘들었던 이유는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폭풍 성장만 해오다가
정체되(었다고 생각하)는 시기를 만났던 게 가장 힘들었다.
나의 첫 번째 정체기!
그 전에도 잔잔하게 있었지만 이렇게 오래 힘들었으면서
돌아보니 이렇게 가치 있었던 것은 처음이다.
아니 두 번째인가?
혹은 사이클을 돌 수록 힘듦과 가치의 크기가 커져서
매번 첫 번째가 갱신되는 걸지도 모른다.
힘들 때 당사자는 시야가 좁아져서 바둥대기만 하는 게 당연하지만,
난 그러면서도 남들과 다른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겨먹은 형태이면서 나만의 무기인 것.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다고 징징대면서도
나는 내가 그만두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고
곧 이 시기가 끝나고 더 성장해있을 거라는 것도 알았다.
(사후 편향 같지만 그 당시 이런 얘기를 함께한 증인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그 순간이 왔다. 존버는 승리했다!
돌아보니 성장은 비선형적이라는 것에 확신을 더 갖게 됐다.
엄청 힘들게 에너지를 쏟아부어도
조금밖에 성장하지 않는 것 같은 때도 있고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힘을 덜 들여도
자연스럽게 폭풍 성장하게 되는 때도 있다.
믿음이라는 것도 배웠다.
난 믿음이라는 것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믿음을 실현하려는 사람이 되었다.
그 말은 곧 조금씩 나에 대한 평가 기준을
내 안으로 가져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2년 전에 그렇게 하고 싶다는 걸 깨달았는데
이제야 그렇게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이렇게 묘하다.
이번 수확의 시기가 지나면
이 시기 동안 얻은 것들로 인해 다시 혼란한 시기가 올 것이다.
그때까지 느긋하게 이 시기를 만끽해야지.
그리고 다시 한번 더 수확의 시기가 왔을 때
나는 더 단단해져 있거나 새로운 것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