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과 삶에서 느낌표를 얻었던 순간들
한 달에 한 번, 트레바리에서 독서 모임을 지속해 온지도 벌써 6번째 시즌(22개월째)이 되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시작한 이래로 계속 참여하고 싶은 모임이 생긴 덕분에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이어왔다. 전 시즌을 통틀어 내가 참석하지 못했던 정규모임은 당시 회사 동료들과 고성으로 워케이션을 가던 날, 딱 하루뿐이었다. 그 사이 내가 참여하는 모임의 키워드도 조금씩 달라졌는데,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협상을 지나 지금은 기획에 대한 책을 읽는다.
트레바리 모임의 키워드는 변했지만, 트레바리를 하는 이유는 변하지 않았다.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 더 많은 인생의 선택지를 알기 위해서. 그 목표만큼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유효하고 강력하다. 책 속 작가의 말, 미리 제출하는 독후감의 글, 모임에서 나누는 생생한 대화들까지 총 3번의 루틴 속에서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배우게 된다. 나는 그중에서도 놓치면 안 되는 것은 3번째, 모임에서 나누는 말들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것들과 달리 그건 그때만 들을 수 있다. 무리를 해서라도 모임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이유다. 가끔은 책을 읽는 것보다도 사람들과 한 날 한 시간 한 자리에 모여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메리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의미 있는 대화와 말들을 포착해 기록과 글로 써 내려가는 현 클럽장님이 써낸 책이다. 작년 연말 모임에서 독서 모임 때 툭 하고 말했던 문장을 건져 올려 엽서로 만들어주셨을 때 받았던 느낌을 또 한 번 받을 수 있었다. 이 책 <기획의 말들>에는 클럽장님을 성장하고 변화하게 만든 수많은 말들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그 말들을 붙잡고 삶에 적용해 움직인 도영님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다정한 책이다. 개별적인 말들도 좋았지만, 처음 책을 폈을 때 좋았던 부분 중 하나는 '새로운 시선을 열어준 말들,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말들, 나를 나답게 해주는 말들, 작은 기준을 세우는 말들,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말들'까지 그 말들이 다섯 카테고리에 따라 나눠져 있는 것이었다. 책을 덮고 나에게도 각 카테고리에 맞는 말이 있었을까, 생각해 보니 충분히 있었다. 다만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걸 글로 써 본 적은 없었기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들을 찾아 여기 남겨보려고 한다.
새로운 시선을 열어준 말
여러분, 우리는 이 세상에서 '핑'만 할 수 있어요. '퐁'은 친구의 몫이에요.
가까운 사람 때문에 마음이 괴로울 때 우연히 만난 사람과 문장이 있었다. 이 한 문장으로 그 이후 힘든 마음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과한 책임감을 지고 혼자 노력하다가 지치곤 한다. 그런 순간에 나는 '핑'을 떠올린다. 힘껏 최선을 다해서 핑을 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퐁이 날아오는 방향과 크기까지 컨트롤할 수 없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돌아오는 퐁을 그 자체로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말
뭘 해도 잘할 거예요.
내가 나 스스로를 의심할 때, 주변 이들이 나를 믿는 마음을 생각한다. 그들이 내게 보여주는 사랑과 믿음이 나를 살리는 순간들이 있다. 뭘 해도 잘할 거라며 축 처진 어깨를 펴고 등을 밀어준 나의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러면 내가 하지 못할 일은 없고, 무엇이든 다 해낼 수 있다는 씨앗이 내 안에 생겨난다. 나를 의심하다가 그 씨앗을 보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항상 좋은 태도와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를 나답게 해주는 말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하세요. 남을 위해서 하는 거라면 당장 그만두세요. 아무도 그것을 고마워하지 않아요.
강점이 과하게 발현되면 약점이라고 했다. 내가 책임감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남을 위한다는 핑계를 대는 순간,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도 쉽게 지옥이 되곤 한다. 모든 일은 다 나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남을 위해서 하는 일은 없다는 것을 작년과 올해 계속 깨닫고 있다. 그래서 나 스스로를 위해 고성으로 가기를 선택했다. 나를 나답게 만들기 위해서, 나를 위한 선택을 하고 싶었다. 나를 나답게 하는 모든 선택은 고성에서 시작되었다. 그것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에, 나는 그 시작점을 찾아 고성으로 간다.
작은 기준을 세우는 말
아무리 어려운 협상이더라도 최후의 수단이 있다. 협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것.
트레바리 협상클럽에서는 협상에 참여할 때, 가장 중요한 것들을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것은 오직 대안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 흐름이 유리하게 끌려오지 않을 때는 반드시 쉬어갈 타이밍을 잡으라는 발코니 전략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협상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 마지막까지 생각해야 하는 것은 협상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는 것도 나의 큰 선택지가 된다는 것이다. 그걸 모르면 일상에서 많은 일들에서 남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는 순간이 온다.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말
행복은 감성이 아니라 지성이다. 찰나가 아니라 꾸준히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지성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직장에 가도 동료들에게 '예지님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우연일까? 어떤 날에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쿵 하고 가라앉았다. 내가 일을 할 때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일을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 만난 이 말은 행복이 단순히 찰나에 속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 줬다. 그래서 이 말은 내게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순간을 찾아 나서게 만든다. 매일 작은 꾸준한 행복을 위해 살아가게 한다.
아주 가끔 다른 이들의 말과 생각을 적어두기만 할 뿐 그 말이 나를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다. 그러나 도영님의 글은 그 말들이 나를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든다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좋은 사람들의 좋은 말들이 더 많은 인생의 선택지를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한 걸음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내가 트레바리에 계속해서 참여하고 있는 것처럼, 도영님도 이 책을 쓰면서 우리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알려주고 싶었던 것 아니었을까 감히 추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