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통과하는 일>

2025년 9월 29일, 북토크의 순간들

by yeji

지난주에 마루180에서 열린 실패를 통과하는 일 북토크에 다녀왔는데, 이번 연휴 마지막 날 아침에 번개로 열리는 북스톤 독자 모임에도 운 좋게 선정이 되었다. 책을 다시 읽어보다가 지난번 북토크에서 소령님이 공유해 주신 문장들을 복기해 본다. 앞으로의 방향성을 잡는 데에도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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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나 자신을 믿어라'라는 말보다는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들을 믿기로 했다.

2. 지금의 나는 믿고 싶다. 나만이 결승선을 정할 수 있다고.

3. 내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어야만 후회를 최소화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4. 고통을 회피하는 자와 고통을 수용하는 자.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5. 지난 10년을 보내며 내가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은, 이 시간을 온몸으로 통과해 낸 '나 자신'이다.

6.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끝낼 것인가'라고 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파란 물결과 달이 거칠게 표현된 책 표지가 참 마음에 들었었는데, 이렇게 포스터로 만들어도 좋다.

밀려오는 파도와 깜깜한 듯 보이는 하늘에 빛을 내는 달 하나. 나에게 그 달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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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이 세 가지 사이에서 교집합을 찾아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피터 드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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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으로는 안 돌아가요.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지 않고, 넘어진 데서 다시 시작하죠. 처음으로 돌아갈 시간이 없다고 느끼니까요. 그러니까 실패하면, 실패한데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돼요. 지금도 봐요. 여기 옷이 헤졌잖아요. 그럼 헤진 데서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키키 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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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중요한 모형을 갖추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모형들에서 나온 네다섯 가지 힘이 같은 방향으로 작용할 때 특히 더 그렇습니다. 그럴 때 롤라팔루자 효과가 많이 발생합니다. 이 효과는 여러분을 부자로 만들 수도, 죽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잘 알아야 합니다. 그걸 올바르게 하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바로 주요한 원칙들을 체크리스트로 정리해서 활용하는 겁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통합적으로 롤라팔루자 효과를 일으키는 힘들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찰리 멍거)


*롤라팔루자 효과는 서로 다른 여러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여 예상보다 훨씬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는 현상으로, 찰리 멍거가 투자에서 여러 심리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결합하여 발생하는 큰 결과를 설명할 때 사용한 용어다. 여러 개별적인 요소들의 영향이 더해져 단순한 합 이상의 강력한 파급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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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에서 굿즈를 주는 것도 흔하지 않은데(심지어 무료), 그게 무려 개별 인쇄된 티켓과 마스킹 테이프라면? 사랑해마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현장의 디테일을 위해서 수십 가지 일을 해냈을 누군가를 떠올리면 마음이 저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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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트레바리 멤버들과 함께 일본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었다. 사실 책을 받자마자 참을 수 없어서 한 꼭지를 먼저 읽어버리긴 했지만, 꼭 비행기 안에서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으면서 읽고 싶었다. 꾹꾹 참으며 기다린 보람이 있는 선택이었다.


누군가의 회고를, 후회를, 반성을 이렇게 집중해서 본 적이 있었던가. 심지어 내가 사회초년생 때 정말 많이 탐독했던 퍼블리와 커리어리를 만든 소령님이었으니, 나와도 관계가 없지 않았다. 퍼블리라는 서비스가 인수되어 전체 메일을 받았을 때 참 아쉽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뒤에 숨겨져 있을 결정들이 결코 쉽지 않았을 터라 그저 마음으로만 응원을 했었다. 그 사이에 있던 이야기를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심지어 모든 순간을 하나하나 칼로 날카롭게 해부한 듯한 솔직함에 마치 내가 겪는 이야기 같이 몰입하게 된다.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읽어보면 다들 자신의 경험을 투영해서 보게 된다고 한다. 정확히 나도 그랬다. 소령님처럼 창업자는 아니었으나 M에서 P로 사업을 피봇하는 결정을 내렸을 때 P를 그야말로 0부터 세팅했던 그 시절이 저절로 떠올랐다. 사업자 등록을 하던 날, 작지만 회사의 지분을 받던 날, 물류 창고를 직접 보러 돌아다녔던 날, 첫 판매를 개시했던 날, 수량보다 많이 팔려서 고객 분들에게 일일이 사과 전화를 돌리던 날(생일이라 반차를 쓸 수 있었는데 취소하고 야근까지 했던 날이라 더 잊을 수 없다.), 월 매출이 억 단위를 넘어가던 순간, 사무실에 홀로 앉아 시트 가득하게 마진율을 계산하던 날, 몇 번이고 검토한 몇십 억짜리 발주를 넣던 날, 대기업과의 협업을 무사히 마치고 잔금을 받던 날, 나보다 경력이 많은 팀원들 면접을 보던 날, 6개월을 준비한 페어 현장에서 온갖 사건 사고를 해결하다가 울어버렸던 날(코엑스 역사 상 부스 안에서 고양이가 나온 적은 없었다.), 쇼룸을 함께 만들 스튜디오 미팅을 10개쯤 하던 날, 쇼룸을 만들고 채 한 달이 안되어 퇴사를 결정했던 날, 사무실이 아니라 라운지에서 근무했던 퇴사 직전의 날들과 퇴사하던 날 누구의 배웅도 받지 못했던 마지막 날까지. 주마등처럼 그 모든 순간이 스쳐 지나가서 가끔 울컥했다.


책을 읽는 내내 소령님과 나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면 동료의 부재 아닌가 싶다. 소령님의 곁에는 지난한 과정을 겪는 동안 의지할 수 있었던 3명의 동료가 있었다. 그들은 각각 돈과 비전과 사람에서 소령님의 기준이 되어 주었다. 어떤 순간에도 도움을 주겠노라 말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동료들이었다. 나에게는 끝까지 믿을만한 동료가 없었다. 경력이 많은 이들의 조언과 시기를 받았지만 그걸 현명하게 처리하지 못했고, 내가 뛰어가던 속도와 동료들이 뛰는 속도를 맞추지 못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팀원들을 레이오프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내렸던 가장 큰 오판은 지금 여기 있는 모두가 함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사실 다들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걷고 있었던 것을 그때는 몰랐으니까.


그때 만약 내게 단 한 명의 동료라도 함께 대화할 만한 사람이 있었다면 나는 P를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진짜 딱 한 명만 있었더라도. 설사 같은 결말이었다고 하더라도 시작보다 중요한 마무리를 잘할 수 있었겠지. 그때 믿을 사람이 없어서 회복이 안될 정도로 지쳤던 것 같다. 일하면서 만나는 이들이 너무 중요한 내게 너무 가혹한 시기였다. 그 후유증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여전히 오늘도 감정이 일렁이는 것을 보면 그때는 몰랐지만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다행히도 이후에 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회복했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모두 팀 밖에 있었다. 팀 안에서 그런 관계를 꿈꾸는 것이 꽤 이상적이란 건 알면서도 여전히 바보 같이 희망을 가져본다.


소령님은 퇴사 후 이 책에 모든 것을 다 쏟아내고, 이 책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데에 집중하고 계시다고 한다. 좋아하는 콘텐츠를 실컷 보면서도 책을 계기로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연말까지 바쁠 것 같다고 하셨다. 그 모습이 퍽 좋아 보였다. 책을 팔면서도 마치 퍼블리 때처럼 모든 리뷰를 다 읽어보고 순위를 체크하고 매출을 본다고 하신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곧 큰 변화를 맞게 될 내 일상도 다시 한번 그려보게 된다. 그 일상 속에서 내가 지속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기를, 그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내가 꿈꾸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기를 바라본다.


이 책은 실패보다 '통과'한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렇게 격렬하게 온몸으로 받아내며 통과하는 일은 일생에 몇 번 없을 테지만 반드시 당신에게도 찾아올 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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