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쓰는 지난 주말의 이야기들
세계의 주인
수요일에 갑자기 수연님이 영화 티켓을 보내주셨다. 덕분에 오랜만에 금요일에 용산 메가박스로 출발. 세계의 주인은 원래도 따로 보려고 했던 영화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규원 님과 함께 볼 수 있다니 럭키잖아? 영화를 보고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 나와 같은 생각도 다른 생각도 알게 되기 때문에 언제나 영화 시간보다 더 긴 여운을 선물 받는 느낌이다.
세계의 주인은 감독님께서 꼭 아무런 정보 없이 들어가서 볼 수 있도록 시사회부터 여러 관계자들에게 부탁하셨다고 들었다. 그 덕에 규원 님도 나도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봤다. 나오면서 어떤 부분은 의견이 같았고, 어떤 부분은 의견이 갈렸다. 그럼에도 나는 이렇게 의견이 나뉘는 문제일지라도, 누군가는 밖으로 꺼내놓아야만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 우리의 이야기는 더 확장될 수 있다.
영화가 마친 뒤 차로 가득한 거리를 달려 윤가은 감독님이 무대인사를 와주셨다. 뭘 시켜도 부끄럼이 많던 관객들은 감독님이 오시자마자 손을 들고 저마다의 감상을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누구의 이야기든 하나하나 귀 기울여 듣고 영화를 만든 이보다 보고 느낀 이의 생각이 더 맞다고 답변해주시곤 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볼 이들을 위하여 모든 장면을 아주 확실히 보여주지는 않았다는 말이 오래 남았다. 뭘 보여주기보단 보여주지 않았을 때 더 상상의 여지는 커진다.
누군가를 나의 경험에만 빗대어 판단하고 재단하고 평가 내릴 때, 조각조각 잘리고 마는 영혼이 있다. 그런 영혼들을 위한 이런 방식의 위로도 부디 소용이 있기를.
아이들의 첫 영화 관람
토요일엔 아이들과 똘똘이 시사회를 가야 했다. 전날에 세계의 주인, 다음 날엔 똘똘이 시사회라니. 대체 나의 영화 취향은 어디까지 넓어질 수 있는 것일까? 똘똘이의 세계를 작은 아이패드로만 구경하던 아이들에게 영화란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는 기회였다.
똘똘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극장판이 없었기도 하고 아이들을 위한 사전 시사회이니만큼 제작사에서 많은 준비를 하신 게 눈에 보였다. 똘똘이가 입장 전부터 일찍이 대기해서 포토타임을 가졌고, 모든 아이들에게 똘똘이 그림책 1권을 선물로 주셨다. 영화 상영 전에는 대표님이 등장해 여러 관계자 분들에게 영광을 돌리셨고, 그 이후엔 퀴즈를 통해 선물도 잔뜩 안겨주고 가셨다.
우리 아이들은 예상한 대로 큰 스크린과 영화관 의자에 마음을 뺏긴 듯 보였다. 하지만 불 꺼진 영화관은 아이들에게 낮잠을 자기에 최적의 장소이기도 해서, 아이들은 저마다의 박자로 꾸벅꾸벅 졸았다. 영화관의 아이들은 영화를 보다가 똘똘이 동생인 똘랑이가 악당들에겐 잡혀갈 땐 '으앙-'하고 운다. 작고 귀여웠던 무서운 공룡으로 변해서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면 또 '무서워-'하고 운다. 저마다 똘똘이의 세계를 나의 세계로 받아들이고 몰입하는 아이들이 신기하고 귀엽다. 울음이 터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어른들은 웃음을 터트린다.
끝나고 둘째가 잠이 들어서 한참을 품에 안고 다니다가 팔이 저렸지만 그래도 나름 좋은 추억이 되었나 보다. 일요일에 얼굴 보러 가니 '이모, 우리 어제 영화 봤지~? 이모 자리는 24번이었지~?'하고 묻는 둘째. 다음에 또 가겠지만 그땐 러닝타임이 더 짧은 걸 골라볼게. 그리고 우리 더 재미있는 일들도 많이 하자. 너희들이 우리의 추억을 더 조잘조잘 이야기할 수 있도록.
꿈을 꾸는 시간
꿈을 꾼다는 감각이 익숙하지 않은 내게 어젯밤 갑자기 꿈이 들이닥쳤다. 나는 꿈을 꾸면 장소들이 항상 특이했다. 해리포터의 마법학교 성 안이라던가, 장례식장, 절벽이라던가. 아직도 기억나는 걸 보면 확실히 특이한 장소들이긴 했다. 너무 오랜만에 꾼 꿈이라 어안이 벙벙하다. 오늘의 장소는 학교였는데 분명히 사람들과 분위기는 회사였다. 꿈을 꾸고 일어나서 '내가 꿈을 꾸다니?'하고 신기해하며 다시 잠이 든 바람에 내용은 벌써 많이 까먹었지만 오랜만의 꿈이라 기록해 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