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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지데이지 Aug 19. 2019

여름 독서클럽 1

우리의 유년기가 끝나는 순간 

Paul Zindel의 The Pigman (1968) 은 New York Times Outstanding Book of the Year로 선정될 만큼 주목을 받았던 고전 청소년 소설이다. 

이야기는 두 명의 화자, 존과 로레인에 의해 서술된다. 두 고등학생은 번갈아가며 Pigman과 있었던 일을 기록하기로 하는데, 수업 중 사과를 나눠주고 한 번에 바닥에 굴려 선생님을 놀라게 하고 화장실에 폭탄을 설치하는 등의 장난을 일삼는 존과 자신감이 없고 비관적인 로레인의 대조가 흥미롭다. 모든 것에 대해 의견이 다르지만 한 가지엔 입을 모은다: Pigman을 만난 후로 그들의 삶이 180도 달라졌다는 사실. 


Pigman은 그들의 장난전화 게임 대상 중 한 명이다. 게임 룰은 간단하다. 전화 책에서 손으로 가리켜 대상을 선정해 통화를 더 오래 하는 사람이 승리. 이태리 출신의 노인 Pigman이 전화를 받을 때, 로레인은 머리를 써 자선단체로 가장한다. 그러자 Pigman은 흔쾌히 기부하겠다 하며 그들을 집에 초대하기까지 한다. 


Pigman은 존과 로레인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그들이 한 방에서 돼지 모형 컬렉션을 발견하는데, Pigman은 다른 주에 사는 아내 Conchetta가 그를 위해 모았다고 설명한다. 그는 여러 번 존과 로레인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선물을 사준다. 아이들은 Conchetta가 죽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Pigman이 외로운 독거노인이란 사실을 알게 되고 그에게 거짓말한 죄책감은 커져만 간다. 어느 날, 그에게 사실을 직고 하는데, 그는 그래도 괜찮다며 계속해서 아이들을 사랑해준다. 


Pigman, 존, 로레인의 우정은 더욱 돈독해져 간다. 이는 Pigman이 소설 속 다른 어른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다. 존의 아버지는 알코홀릭이며 부모는 그가 무얼 하든 관심이 없다. 로레인의 아버지는 어렸을 때 집을 나갔고, 엄마는 매사에 남자를 욕한다. 딸에게 칭찬은커녕 외모를 지적해 자신감을 다 떨어뜨린다. 게다가 간병인인 엄마는 환자의 집에서 인스턴트 음식을 훔쳐와 딸에게 준다. 맛있는 요리와 선물, 격려를 퍼부어주는 Pigman은 아이들에게 힐링 그 자체이다. 


I would rather be dead than to turn into the kind of grown-up people I knew. 내가 아는 어른들처럼 되느니 차라리 죽겠어. 


그러던 어느 날, 집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다가 Pigman이 심장마비로 응급실에 실려간다. 며칠 그가 자리를 비웠을 때, 존은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연다. 파티 도중 몸싸움이 일어나 돼지 모형 컬렉션이 부서지고 Conchetta의 웨딩드레스도 찢어진다. 그 현장을 퇴원한 Pigman이 목격하고, 그 실망감은 말할 수가 없다. 아이들이 미처 사과하고 용서받기 전에 그는 두 번째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이한다. 


독서토론 수업 중 엔딩을 함께 읽었을 때, 학생들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Did he die?"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내게 확인했다. "Now, who's fault is his death?" 내가 물어봤을 때, 한 학생은 존이 파티를 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Nobody's. Everyone dies. 아무의 잘못도 아니에요. 우린 모두 죽어요. 


이것이 작가 Zindel이 말하고자 했던 핵심이 아니었을까. 작가는 두 가지 죽음에 대해 말한다. Pigman의 죽음과 유년기의 죽음. 그리고 그 사유를 trespassing이라 한다. 존이 담배를 물고 이렇게 말한다. 


When you grow up, you're not supposed to go back. Trespassing—that's what he had done. We had trespassed too—been where we didn't belong, and we were being punished for it. Mr. Pignati had paid with his life. But when he died something in us had died as well. 
어른이 되고 나면 돌아가면 안 돼. 그는 그 룰을 어긴 거야. 우리도 그 룰을 어겼어. 우리가 있으면 안 되는 곳에 가서 벌을 받는 거야. 피그 나티는 목숨으로 그 값을 치렀어. 그런데 그가 죽었을 때, 우리 안의 무언가도 죽었어.  


부모의 사랑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 독거노인의 외로움이 그들의 만남으로 인해 잠시나마 위로를 받지만, 결국 현실은 냉정하게 그들을 갈라놓는다. 그러나 그들의 짧은 만남이 우리의 마음에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런 위로가 필요 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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