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1학년 겨울방학이 끝났다. 말랑 할머니의 호제와 함께하는 1학년 겨울방학 일상도 끝났다. 말랑 할머니가 최고로 고생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하루에도 여러 번 열리는 호제의 특강에 말랑 할머니는 참여하느라 방학 중반 무렵에는 몸살이 나고, 방학이 끝날 무렵에는 안구의 실핏줄이 터져 빨간 눈이 됐다.
종종 열렸던 수학 시간. 호제가 퀴즈를 내고, 할머니가 문제를 풀어야 했다. 눈치껏 할머니는 한두 문제는 틀리게 적었다. 호제가 틀린 걸 알아챌 수 있는 틀린 답을 적었다. 호제 스스로도 못 푸는 문제를 낼 때는 셀프 채점도 해야 했다.
2024년 1월 10일에 열린 수학시험에서 호제 할머니는 90점을 기록했다.
수학 시험, 통과!!
호제는 문제지에
“호제 할머니 수학 통광“라고 적었다.
잘했다며, 호제가 말랑 할머니에게 격한 칭찬을 건넸다고 한다. 호제 할머니가 되려면, 덧셈, 곱셈, 길이재기는 거뜬히 해내야 한다.
호제가 자기 숙제를 끝내지 않고, 문제 낸다고 하더라도 인내하며 기다려준 말랑 할머니. 할머니도 풀 테니 호제도 숙제를 해보자고 타이르며 함께하는 수학 시간. 수양의 시간과 맞먹는다. 본인이 기획한 건 하고야 마는 호제이기에 말랑 할머니는 곱절로 고됐을 테다.
겨울방학 특강의 꽃은 체육시간이었다. 펜싱을 주축으로 축구, 태권도 특강이 열렸다. 수업비율은 펜싱 80%, 축구 18%, 태권도 2% 정도였다.
체육특강은 평일 아침, 점심, 저녁마다 열렸다. 저녁은 온 가족이 출전하는 경기와 틈새 특강이 이뤄졌다. 층간소음 때문에 매트 위에서 하는 비닐공 차기, 플라스틱 펜싱 칼로 쿵쿵거리지 않는 펜싱을 했다.
방학 중반즈음이 되니, 말랑 할머니는 꽤나 잘하는 생활체육인이 됐다. 운동능력이 뛰어난 편이 아니심에도 말이다.
호제는 할머니에게 숙제까지 부과했다. “할머니 3번씩 연습”. 어떤 날은 축구공 돌려차기를 알려주고, 3번씩 연습하라고 숙제를 내놓고 학원에 갔다. 다녀와서는 숙제를 수행했는지 확인했다.
말랑 할머니의 축구 실력은 날이 갈수록 늘었다. 비닐공을 차내는 힘과 방향 조절이 탁월했다. 저녁 대회가 열릴 때면, 호제는 선수 겸 감독 역할을 맡으며 말랑 할머니에게 외쳐댔다.
“할머니!!!!! 오늘 배웠던 거 해봐!!!! 그렇쥐! 잘했어!!!”
어떤 날의 호제는 손을 위로 올리며 말랑 할머니를 칭찬을 했고, 어떤 날의 호제는 말랑 할머니 등을 토닥이며 잘했다고 칭찬했다.
방학 중반즈음 아침 펜싱특강을 끝내고, 호제는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머니! 내가 특강 해줬으니까 10만 원 줘.”
말랑 할머니는 어이가 없었을 테다. 말랑 할머니가 원했던 특강이 아니라 선생인 호제가 하고 싶었던 특강이었는데, 수업료를 내라고 하니 말이다. 그것도 10만 원이라니! 말랑 할머니는 지금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호제야 지금은 못 주겠다. 내가 호제 결혼할 때 줄게!”
“할머니! 그럼 나 결혼할 때, 100만 원 줘.”
“그래, 우리 호제 결혼할 때 할머니가 특강비 100만 원 줄게!”
그렇게 호제와 할머니는 구두 계약을 했다. 특강은 방학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말랑 할머니는 인생은 좀처럼 모르는 일이랬다.
“내가 살다 살다 이 나이에 펜싱을 배울 줄 누가 알았겠니. 그것도 손주한테.“
그리고 말랑 할머니는 진심을 다해 호제에게 특강을 받았다.
”오늘은 다리도 아프고 근육통이 와서 살살했더니, 진심으로 하라고! 진심으로! 를 호제가 어찌나 외쳐대던지. 그래서 내가 오늘 진심으로 했잖아.”
느리긴 하지만, 이제 말랑 할머니도 펜싱칼을 돌려 상대를 찌르는 기술은 거뜬히 해낸다. 찌르는 포인트는 꽤나 강력해졌다.
결국, 방학 동안의 경기와 개학 후 시행한 경기들을 거쳐 호제네 펜싱 랭킹은 뒤바뀌었다. 호제가 신나서 선포했다.
“자! 우리 집 펜싱 세계 랭킹 1위는 호제!!
세계 랭킹 2위는 (말랑) 할! 머! 니!
3위는 아빠, 4위는 엄마.”
랭킹을 읊고, 할머니에게 달려가 “할머니, 우리 세계 랭킹 1등, 2등이야!”라며 부둥켜안고 즐거워했다. 그렇다. 호제에게는 호제네가 호제의 가장 큰 세계이기도 할 거다.
말랑씨에서 호제 할머니가 되어가는 시간, 말랑 할머니는 호제 할머니로서의 능력치를 매일 쌓고 있다. 진심을 다해서.
말랑씨,
호제 할머니 통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