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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나비넥타이를 고르는 일

by 원예진


낯선 곳에서 익숙해지기 위한 첫걸음 중 하나는 ‘마음에 드는 공간 발견하기’였다.

그렇게 우연히 발견한 이 공간은 영화 ‘레옹’에서 레옹이 들고 다니던 화분의 이름을 하고 있는 곳이다.


공간은 하나로 되어있지만, 자세히 보면 조각조각 나눠볼 수 있는데 내가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조각은 바로 낯선 흑백 영상들이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는 모니터,



우연히 포착한 이 장면은 한 남자가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는 장면이었다. 앞뒤내용은 모르지만 이 장면을 보고 짧은 순간동안 ‘저 넥타이는 과연 어떤 색일까’, ‘검은색이라면 다른 색의 넥타이도 가지고 있을까’ , ‘매일 반복될 수 있을 나비넥타이를 고르는 시간이 바로 인생일 수도 있겠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반짝이는 계획을 하고 평온하게 일상을 보내며 평범하게 일을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일상이 반복되고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일들이 하나씩 주어질 때 나는 조금씩 반짝임을 잃고 눈앞에 주어진 일을 할 뿐이었다 (아니 사실 눈앞에 주어진 일을 제대로 했는지도 모르겠다) 대충 나비넥타이를 골라 걸치고 나가는 것 마냥,


나에게 맞는 넥타이를 차분히 고르는 시간은 사치가 되고 그렇게 엉망인 날들이 쌓이면 어느 날 그 넥타이가 나의 숨을 답답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메고 있는 넥타이를 벗어던지고 싶은 걸까 아니면 차분히 나에게 맞는 넥타이를 고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걸까 조금 헷갈리는 순간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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