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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곳

春川

by 원예진


춘천의 춘은 春(봄 춘) 자를 쓴다.

그걸 알게 된 후로 나에게 춘천은 포근한 도시라는 이미지가 심어졌다. 일을 하면서 춘천이라는 지역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는 것은 묘한 즐거움을 준다.


춘천은 축제의 도시라는 타이틀을 사용할 정도로 오랫동안 이어져오는 축제들도 많고, 지역 내 기획자들도 굉장히 많았다. 관심사, 특색을 살려서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마치 자신만의 꽃밭을 만들고 가꾸어 가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새로운 곳에서 꽃밭을 만들기 위해 땅을 가르고 다지는 과정을 보냈다.


“저는 이제 걸음마를 뗀 아기(?)고양이일뿐인걸요...“


내가 사는 동네에는 고양이가 정말 많다. 밤마다 고양이 싸우는 소리에 잠을 뒤척이곤 했다. 고양이는 겁도 많고 경계심도 많지만 가끔은 가만히 앉아서 인사를 하는 것처럼 애교도 부린다. 마치 새로운 세상에 떨어져 적응하려 아등바등하는 내 모습과 닮아있었다.



입사 후 대학교 행사부터 포럼, 축제, 캠프 등 크고 작은 다양한 성격의 행사들을 경험했다. 갓 사회생활에 뛰어든 내가 이런 업무를 맡아도 되는 걸까 싶은 순간들도 있었다. 일단 부딪혀보면서 실수도 하고 그 안에서 깨달음도 얻으며 실수를 조금씩 줄여나갔다.


겁도 많고 주춤할 때도 있지만 그래, 언제까지 내가 씨앗일 순 없잖아. 가끔은 겁이 없는 척도 해보고 실수도 하고 그래야 싹도 피어나지.


의심했던 순간에도 나를 믿어준 주변 사람들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을 원활하게 준비하기 위해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그 생각을 명확히 전달하고 조율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물론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능력까지 생각보다 신경 쓸 것들이 많다.


기획은 무엇일까? 끊임없이 답을 찾아야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비를 맞고 해를 쬐고 피어나듯 조금씩 천천히 알아가고 있는 과정 속에 있다. 나는 시들지 않고 피어나는 순간을 만날 수 있을까? 언젠가 시들어버릴지라도 지금 이 시간들이 헛된 시간으로 기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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